2024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 주말(9~10일), 가장 큰 화두는 피치 클록(Pitch Clock)이었다. 현장 지도자들은 "혼란스럽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투구와 타격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을 올 시즌 전반기 시험 운영하기로 했다. 핵심은 경기 시간 단축이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주가가 있을 땐 23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9일 시범경기가 열린 5개 구장엔 피치 클록 전용 전광판이 처음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제한 시간이 임박하자 장내 관중이 육성으로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낯선 장면도 나왔다. 이날 5개 구장 평균 경기 시간은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 2시간 58분보다 14분 줄어든 2시간 44분이었다. 정규시즌 평균(3시간 12분)과 비교하면 28분 단축됐다. 피치 클록 규정을 위반한 사례는 총 39번(타자 25번, 투수는 14번)이었다.
현장은 새 제도 도입 적응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일단 '시간 단축'이라는 취지에 공감했다.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를 치른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9일 경기에서) 스코어 12-8, 양 팀 합계 24안타가 나오는 난타전이 3시간 6분 만에 끝났다. 그런 점은 좋았다"라고 했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야구 인기를 위해서는 경기 시간이 빨라지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범 운영이기 때문에 구두 경고 조처만 내려졌지만, 투구와 타격 준비에 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평가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0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투수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구두 경고만 해도, 투구 템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피치 클록을) 전반기에 정식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시범경기에도 운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경엽 LG 감독도 "이닝 교대 시간에 포수 장비를 벗어야 하는 선수에겐 몇 초의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 같다. 포수들에게도 (다른 야수와) 같은 시간을 적용한다면 초구는 버린다고 봐야 한다"라며 현행 규칙에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치 클록 전용 전광판을 수시로 확인했다는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인플레이 타구(안타)를 처리한 뒤 공이 투수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도 제한 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혼란이 있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는 또 투구 템포가 빨라지는 게 투수의 부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치른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도 "타자가 보호 장비를 풀고 타석으로 갈 때 작전을 내야 하는데, 시간상 쉽지 않다"라고 했다.
10개 구단 모두 스프링캠프 기간, 피치 클록 도입을 대비했다. 막상 실전에서 제한 시간을 맞닥뜨리다 보니, 혼란이 예상보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