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의 빈자리가 느껴지질 않았다. 한화 이글스가 백투백 홈런으로 후반기 첫 경기 기세에 불을 지폈다.
한화 요나단 페라자(26)와 안치홍(34)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 각각 3번 타자·좌익수,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회 초 1-0 상황 때 백투백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날 키움의 선발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였다. 후라도는 1회 1실점했지만, 그땐 한화에 행운이 따랐다. 페라자가 친 외야 타구를 중견수 장재영이 놓쳐 행운의 2루타로 이어졌고 결국 실점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후라도는 후라도였다. 1회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한 후라도는 2회도 깔끔하게 무실점을 이어갔다.
하지만 페라자가 3회 터졌다. 3회 초 1사 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페라자는 후라도와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148㎞/h 직구를 통타했다. 시즌 17호.
흔들리는 후라도를 후속 타자 안치홍이 놓치지 않았다. 안치홍도 후라도의 몸쪽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으로 이었다. 시즌 9호. 한화의 리드는 단숨에 3-0으로 벌어졌다.
장타력을 우려했던 한화로서는 승패와 별개로 반가울 내용이다. 한화는 지난 8일 4번 타자를 지켜오던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난 5일 홈런 더비 참가 후 6일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노시환은 두 차례 검진 결과 좌측 어깨 부위 후하방 관절와순 부분 손상 소견을 받았다. 관절 내 염증이 많아 최소 3주 이상 그라운드를 떠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노시환이 공교롭게도 홈런 더비 이후 부상을 당했다"는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말을 아끼는 게 나을 것 같다. (일정은) 위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결정된 후 감독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건 깨끗하지 않다. 노시환이 빨리 회복해 돌아오기만 기도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홈런의 빈자리를 홈런이 채웠다. 백투백 홈런이 터진 덕에 한화는 노시환의 공백기에도 중심 타선을 믿고 나아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