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무려 5개월을 매달려온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결과는 결국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었다. A대표팀이 두 차례 연속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되는 촌극, 뚜렷한 방향성 없이 오락가락한 전력강화위원회 기준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끝에 나온 ‘허망한 결론’이다.
홍명보 감독 선임이라는 결과를 놓고 지난 5개월의 여정을 다시 되짚어보면, 그야말로 무능의 연속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직후 무리하게 3월 정식 감독 선임을 주장하던 KFA는 개막을 앞둔 K리그 현직 감독들을 후보군에 포함시켰다가 팬들의 뭇매를 맞고 꼬리를 내렸다. 부랴부랴 3월 임시 감독 체제로 선회하고 지휘봉을 맡긴 건 올림픽 최종예선을 한 달 앞두고 있던 황선홍 감독이었다.
5월까지 반드시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약속은 6월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 그리고 모든 후보군의 원점 재검토로 이어졌다. 이름값이 크게 떨어진 후보들의 이름이 흘러나오더니, 대표팀 최종 후보를 추린 직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돌연 사의까지 표명했다.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이임생 기술 총괄이사는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아닌, 자정에 가까운 시간 ‘선배’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가 읍소하는 것으로 홍 감독의 승낙을 받아냈다. 지난 5개월의 시간이 허송세월로 지워지고,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다. 전력강화위원으로서 실제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용기 있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지난 5개월 간 KFA 내부 상황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뒤늦게 수면 위로 올랐다. 발끈한 KFA는 뜬금없이 박주호 위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가 되려 역풍을 맞고 있다. 무능하고 한심한 행정의 연속이 그야말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KFA를 향한 여론이 폭발한 상황 속, 가장 앞선에 나서 상황을 수습해야 할 정몽규 회장은 이번에도 자취를 감췄다. 이임생 기술이사와 홍명보 신임 감독 뒤에 숨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무려 40년 만의 올림픽 탈락이라는 참사 이후에도, 거듭된 감독 선임 실패라는 결과에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대표팀 훈련장까지 찾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 애쓰던 정 회장이지만, 정작 반대로 KFA가 비판을 받거나 한국축구가 추락할 땐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서 상황을 수습하려 하는 등 리더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간의 연이은 침묵 탓에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고,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간 한국축구가 추락했던 상황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또 책임을 져야 한다. KFA도, 한국축구도 무너질 대로 무너진 가운데 상황을 수습하는 건 결국 정 회장의 몫이다. 그런데도 또 숨어 버린 채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다면, 또 다른 무능을 보여주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