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만든 한여름 밤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는 박찬호의 파이팅넘치는 플레이와 세리머니에서 시작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1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박찬호가 2루에서 한 세리머니가 우리 선수들을 일깨운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전날(10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5-2로 승리, 신바람 5연승을 달렸다.
8회까지만 하더라도 상대 선발 디트릭 엔스의 호투에 막혀 2안타 무득점 속에 0-2로 끌려갔다. 9회 초 선두 타자 박찬호는 LG 마무리 유영찬에게 안타성 타구를 뽑았다. 중견수 박해민이 다소 우측에 치우쳐 있었는데, 타구는 좌중간을 향했다. 박찬호는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거나 펜스까지 굴러가지 않았지만 빠른 발을 활용해 2루까지 내달렸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통해 공보다 먼저 베이스를 터치했다. 박찬호는 3루측 KIA 더그아웃을 향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세리머니를 했다.
KIA는 이후 최원준의 1타점 적시타와 2사 후 최형우의 동점 적시타가 나왔다. 10회에는 1사 1, 3루에서 박찬호가 결승 희생 플라이를 쳤고, 최원준의 쐐기 2타점 적시타까지 더했다.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가 세리머니를 통해 '아직 기회가 있으니까 해보자'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 같다. 덕분에 동점과 역전을 만든 것 같다"고 반겼다.
박찬호는 "0-2로 끌려갈 때 승부를 뒤집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마침 9회 선두 타자로 들엉섰고, 안타를 치면서 (이길) 기회를 만든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했다.
지난해 LG 트윈스 오지환과 함께 KBO리그 초대 수비수 유격수 부문을 공동 수상한 박찬호는 올 시즌 체력 부담 속에서도 타율 0.304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즌 타율) 3할을 치고 있어도 앞에 나서는 타자들(동료들)이 워낙 잘해서 좋아할 수도 없다"고 웃으며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우승하는 게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