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1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유통업체 셔틀버스 운행이 전면 금지된 이후 이 같은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은 '외국인 대상', '시범 운영' 등을 빌미로 사실상 쇼핑 고객을 실어 나르고 있어 '중소 운송사업체 보호'라는 법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한국 땅 밟자마자 올리브영으로
5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외국인 고객을 공항에서 서울 도심 올리브영 매장으로 실어 나르는 직통버스의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 1일부터 운행 중인 '올영 익스프레스(올영버스)'는 미리 예약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버스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 앱을 통해 예약 후 앱에서 발급된 탑승권 QR코드를 버스에 보여주면 탑승할 수 있다.
버스는 매일 세 차례(오전 9시와 오후 1시 30분, 오후 6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출발해 서울 중구 명동 해운센터까지 편도 운행한다.
CJ올리브영은 우선 내년 1월 31일까지 6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명동 상권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90%를 웃도는 점을 고려해 올영버스 도착지를 명동으로 정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600만명이다. 올리브영은 같은 기간 매장을 찾은 외국인 고객을 4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올영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은 올리브영이 선정한 인기 상품 1개와 명동 인근 올리브영 매장 6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도 받는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 필수 코스가 된 올리브영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객자동차법 '고객 유치 목적 무료 셔틀 금지'
문제는 올리브영의 이 같은 행위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노선을 정해 자가용자동차를 운행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안 된다. 중소 유통업체와 여객 자동차운송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등 9개 대형 유통업체는 2001년 이 법률조항으로 직업수행(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셔틀버스는 형식상 무상 운행이지만 결국 모든 상품 가격에 전가되므로 실질상은 유상 운송'이라며 유통 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CJ올리브영의 무료 셔틀버스 운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자세한 법 위반 여부는 지자체(서울시 또는 중구청)의 인허가 여부와 그 내용 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원칙적으로 대형 유통업체가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임시운행 허가 받아 불법 아냐'
CJ올리브영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무료 셔틀버스 운행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등으로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셔틀을 운행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에 부합한다는 게 CJ올리브영의 주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허가 관련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서울시와 시범운행 협의를 한 만큼 위법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명동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진행하는 공익사업의 일환인 만큼 좋게 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명동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대중교통수단이 가장 잘 갖춰진 곳에 해당한다. 공익사업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각종 올리브영 할인권을 제공하는 것을 보면 명백한 영업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 유통 대기업들의 이 같은 꼼수 운행은 비일비재하다. 임시·시범 운영 등을 빌미로 무료 셔틀을 운영하기 일쑤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경기 하남시에 '스타필드 하남' 을 오픈하면서 약 3주간 무료 셔틀버스를 임시 운행한 바 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하남 오픈 직후 평일(9월 10~18일) 및 주말(9월 24·25일, 10월 1·2일) 마다 5, 10분 단위로 임시주차장에서 매장 앞까지 왕복 8㎞를 전세버스를 이용해 고객들을 실어 날랐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불법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승합차를 렌트해 2주간 주말(토·일요일)마다 임시공영주차장부터 백화점 앞까지 셔틀버스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과거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으로 버스회사 운영난을 비롯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폐지하라는 결정을 낸 것"이라며 "다시금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하면 교통 혼잡뿐 아니라 차량 증가로 시내버스 사고 위험도 늘어나는 등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