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선 성별 논란이 아주 뜨겁다.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진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이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이번 대회 여자 복싱 각각 66㎏급과 57㎏급 준결승에 올라 '메달 리스트'를 예약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이 열리지 않아 준결승만 진출해도 최소 동메달을 확보한다.
두 선수의 성별에 논란이 생긴 건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도중이다. 칼리프와 린위팅은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밝힌 이유는 두 선수가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져서라고 밝혔다. 남성 염색체를 가진 칼리프와 린위팅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을 불허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IBA는 판정 비리와 내부 부패 문제 등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경기를 관장할 권리를 빼앗긴 상황이다.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두 선수의 여자 복싱 경기 출전을 허용했다.
상대 선수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안젤라 카리니는 칼리프와의 16강전에서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하고 링을 떠났다. 그는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서 더 뛸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칼리프와 8강전에서 판정패를 당한 언너 루처 허모리(헝가리)는 경기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날씬한 여성이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글러브를 끼고 노려보고 있는 그림을 올렸다. 이는 자신과 칼리프의 대결을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린위팅과의 8강전에서 패한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불가리아)는 경기 후 링을 떠나지 않다가 'X 제스처'로 취했다. 영국 가디언은 "스타네바는 이 행동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묻는 언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여성을 뜻하는 XX 염색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대회 기간 성별 논란이 이어지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칼리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올림픽 원칙과 헌장을 지켜달라. 또 선수를 괴롭히는 걸 삼가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성별에 대한 오해가 불러온 비난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고 사람의 생각과 정신, 마음을 죽일 수 있다"며 "이는 사람들을 갈라놓을 수 있고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말했다. 다만 켈리프는 도핑 검사 외에 다른 검사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을 거부하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린위팅은 4강 진출 확정 후 "이번 대회를 위해 소셜미디어와 주변의 연락을 끊었다"라며 "모든 대만 국민이 내 뒤에서 나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칼리프는 한국 시간으로 7일 오전 5시 34분, 린위팅은 8일 오전 4시 30분에 각각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