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 외야 구석구석을 뛰어 다녀야 하는 중견수.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이들의 모습은 '땀 범벅' 그 자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올해는 덥긴 정말 덥더라. 선수들의 얼굴색이 다르다. 어제 (선발) 조이현이나 중견수 배정대나 땀을 너무 흘리더라. 목욕 한 번 하고 온 모양새다"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강철 감독도 선수 시절, 비슷한 더위를 경험한 바 있다. 그것도 해태 타이거즈 시절 그 유명한 '검빨(검은색 하의+빨간색 상의)' 유니폼을 입고 더위를 이겨냈다.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이지만, 입고 있는 선수들에겐 햇빛과 열을 모두 흡수하는 색깔의 옷에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남아를 방불케하는 엄청난 습기도 더해졌다. 이강철 감독은 "더위에 습기까지 선수들의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야구는 '폭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일 울산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이 KBO리그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폭염 순연된 바 있고, 4일 잠실 키움-두산 베어스전과 울산 롯데-LG전도 연달아 폭염 취소됐다. 당시 울산 경기장엔 그라운드 온도가 50도 이상 치솟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아예 한여름 '오후 7시' 경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KBO리그 일요일 및 공휴일 경기가 한 시간 미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KBO가 기존 오후 5시였던 일요일 경기를 한 시간 미룬 6시에 경기를 개시하도록 한 것. 무더위가 한창인 '8월 한정'으로 KBO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단 한 시간 뿐이지만 3시간 이상 무더위에 노출된 선수들에겐 한 시간이라도 더 햇빛이 적고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경기를 뛰는 게 중요했다.
KBO리그의 대표 베테랑 사령탑들도 이를 반겼다. 11일 이를 처음 경험한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더위를) 덜 느끼지 않겠나.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역시 "한여름에는 해가 늦게 떨어지지 않나. 요즘은 8시까지 해가 떠있더라. (햇빛에 노출이 적은) 6시에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매년 날씨가 더 더워지고 있어 경기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KBO가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한여름 무더위 타파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