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정해영(23)이 '타이거즈 구원왕'에 도전한다. 1998년 임창용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정해영은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28번째 세이브를 기록, 부문 선두였던 오승환(삼성)을 끌어내리고 1위에 올랐다. 오승환이 최근 마무리 투수 보직에서 밀려났다는 걸 고려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정해영은 2021년 2022년 세이브 3위(각각 34개, 32개)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에는 7위(23개)였다.
타이거즈는 유독 세이브와 인연이 없었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타이거즈 구원왕'은 세 번뿐이었다. 이마저도 1998년 임창용 이후 명맥이 끊겼다. 2015년 윤석민(당시 30세이브·3위) 정도를 제외하면 구원 타이틀에 근접한 선수도 없었다. 풀타임 마무리 투수 4년 차에 접어든 정해영의 도전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정해영은 오른 어깨 회전근 염증 문제로 지난 6월 2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2024 올스타전 베스트 12 팬 투표에서 최다 득표하고도 '별들의 무대'를 뛰지 못했다. 지난달 6일 1군 복귀했으나 한 달 넘게 공백이 길어져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정해영이 빠진 기간 박영현(KT 위즈)과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9세이브, 6세이브를 각각 챙겼다.
부상에서 회복한 정해영이 건재를 과시, 타이틀 경쟁을 선두에서 이끈다. 정해영은 1군 복귀 후 첫 12번의 등판에서 블론세이브 없이 6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다소 높지만, 리드 상황을 지켜내며 구원왕 경쟁을 2파전으로 압축했다.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 보직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 잔여 정규시즌 정해영의 독주가 예상된다.
올 시즌 정해영은 의미 있는 기록을 여러 개 세웠다. 지난 4월 만 22세 8개월 1일의 나이로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 2000년 임창용의 23세 10개월 10일을 1년 이상 앞당겨 '최연소 100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 6월에는 리그 역대 8번째 '4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밟기도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정해영이 부상에서 돌아온 뒤 "팀이 힘들어도 마무리 투수를 보호해 줘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3연투는 없다고 일찌감치 못 박았다. 세심한 관리를 받으면서 기록 경쟁에 탄력이 생겼다. 정해영이 30년 가까이 멈춰 있던 타이거즈 구원왕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