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김현욱(대전하나시티즌)이 제시 린가드(FC서울)의 둘리 춤을 뺏었다. 계획된 것이었다.
대전은 14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대전(승점 34)은 6경기 무패(4승 2무)를 달성했다.
김현욱이 주인공이었다. 후반 33분 김준범 대신 교체 투입된 김현욱은 불과 5분 만에 서울 골망을 갈랐다. 홀로 왼쪽 측면에서부터 볼을 몰고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결승 골이 됐다.
골 장면을 떠올린 김현욱은 “딱 그 자리에 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드리브를 할 때 상대 수비수가 계속 물러서는 걸 보고 조금 더 가져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됐다 싶어서 주발은 아니지만, 오른발로 기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전 팬들에게는 짜릿한 골이었다. 다시금 승부를 뒤집는 골이기도 했지만, 김현욱이 앞서 린가드가 서울 팬들 앞에서 한 ‘둘리 춤 세리머니’를 따라 했기 때문이다.
김현욱은 “린가드 선수가 TV에 나와서 (세리머니를) 약속하는 걸 봤는데, 그걸 또 서울 팬들 앞에서 지키는 모습을 보고 조금 분했다”면서 “그래서 우리 벤치 멤버들에게 내가 오늘 들어가면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팬들 앞에서 꼭 그 춤을 추겠다고 했다. 장난삼아 얘기했는데, 실제 골을 넣었다”며 웃었다.
최근 대전은 패배를 잊었다. 김현욱은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언제나 역전하고 따라갈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처음 왔을 때는 마음대로 안 됐었는데, 이걸 잘 유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김현욱은 “팀으로서는 6경기 무패를 이어갈 수 있는 정말 좋은 골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멀리서 서울까지 와주신 대전 팬분들에게 너무나 기쁜 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팀을 옮긴 상황에서 첫 골이었다.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이번을 계기로 좀 더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