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는 프로축구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2부 강등 경험이 없다. 많은 시즌 강등 위기가 적지 않았지만 늘 반등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잔류했다. ‘생존왕’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인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올해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나온다. 현재 순위는 승점 31(7승 10무 13패)로 K리그1 12개 팀 중 최하위다. 승강 플레이오프(PO)도 없이 바로 2부로 강등될 수 있는 순위까지 추락했다.
9위 대구FC(승점 34)와 격차가 3점에 불과한 만큼 빠르게 강등권 탈출도 가능하지만, 여러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특히 지난 30라운드에선 대전과 전북 현대, 대구FC 등 다른 강등권 팀들이 일제히 승리를 거둔 반면, 인천만 홀로 패배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다. 대전은 6경기, 전북은 4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대구도 최근 5경기 3승 1무 1패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승 3패에 그치고 있는 인천만 다른 강등권팀들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불가피한 추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산상 문제로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전력 보강은커녕 전력 누수만 생겼고, 너무 늦은 감독 교체 타이밍에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들의 부진마저 겹쳤다. 강등 먹구름이 인천에 드리우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분위기 전환이 절실한 가운데 하필이면 선두 울산 HD를 만난다. 오는 22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31라운드다. 울산 역시도 강원FC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승점이 필요하다. 만약 울산을 넘지 못하면, 다른 강등권 팀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 부진한 흐름이 더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 건 물론이다.
반대로 선두 울산의 발목을 잡는다면 분위기는 단번에 바뀔 수 있다. 그동안 인천이 생존왕 본능을 발휘할 때도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기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 경기가 울산전이 될 수도 있다. 마침 인천은 K리그 맞대결에서 울산을 상대로 최근 2승 3무로 오히려 천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홈·원정 모두 무승부를 거뒀다.
결국 울산전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천의 올 시즌 운명도, 강등권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열세지만 울산에 강했던 기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벼랑 끝에 몰린 인천에 찾아온 위기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