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윤정환 강원FC 감독은 ‘5년 전’ 울산의 아픈 역사를 언급했다. 리그 최종전에서 허무하게 져 우승을 놓쳤던 지난 2019년의 일이었다. 당시 울산은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전 1-4 패배로 우승에 실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안방에서 전북 현대에 역전 우승을 당하며 좌절을 겪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경기장이 울산종합운동장이었고, 울산의 우승이 걸린 1일 강원전 역시도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잔디 문제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윤정환 감독은 “울산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윤정환 감독의 이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김판곤 감독은 “저는 잘 모르는 이야기”라며 웃어넘겼다. 김 감독은 “그런 부분에 신경 쓰면 우리 스스로 짐을 지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다른 멤버들, 다른 팀이다. 지금은 새로운 멤버, 새로운 팀이다. 지나간 거 생각하지 말자고 한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고 새로운 경기다. 잘못한 건 지나간 걸로 족하다. 오늘은 새롭게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악몽의 재현’을 기대하던 윤정환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새 역사 창조’를 언급한 김판곤 감독의 의지는 현실이 됐다
울산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홈경기에서 루빅손의 선제골과 주민규의 추가골을 앞세워 강원을 2-1로 제압했다. ‘이기면 우승’이었던 경우의 수를, 이번엔 귀중한 승리로써 직접 채웠다.
5년 전과는 달랐다. 이날 울산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치른 끝에 먼저 균형을 깨트렸고, 후반 일찍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강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으나, 우승을 눈앞에 둔 울산의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울산은 강원을 2-1로 제압했다. 승점 69(20승 8무 8패)를 기록한 울산은 2경기를 남겨두고 2위 강원(승점 61)과 격차를 7점으로 벌렸다.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K리그1 3연패를 확정지었다. 5년 전, 울산 구단과 선수들, 팬들이 좌절을 겪어야 했던 장소에서 이뤄낸 우승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값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