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대 대한체육회장 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정책 토론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타 후보들의 공격적인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날선 공방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강신욱 후보는 이기흥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 질문에서 "질문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유승민 후보에게는 "탁구협회장 시절 후원금을 페이백했다는 의혹과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선수를 바꿨다는 의혹이 SNS(소셜미디어)에 떠돈다"고 질문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에 "강신욱 후보께서 저에게 질까 봐 두려운 듯하다"고 받아쳤다. 그는 "근거 없는 네거티브에 충분히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1분 안에 설명하기는 어렵다. 준비된 자료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의 해명에 따르면, 탁구협회는 에이전트사가 후원 계약을 유치해 오면 꽤 높은 비율의 수수료를 주고 있다. 이를 대신해 탁구협회 내부 인물이 후원을 성사시킬 경우 그보다 낮은 비율의 수수료를 직접 주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이 방법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쓰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차단하면 현실적으로 종목단체가 후원 받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강신욱 후보는 유승민 후보가 답을 마치자 "해명할 기회를 드린 건데, 네거티브로 받아들이니 유감"이라고 했다. 단일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강 후보와 유 후보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최소 30%의 지지층은 확보한 이기흥 후보가 이번에도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신욱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서로가 이 후보를 빼고 따졌을 때 ‘내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강신욱, 유승민 후보 외에도 2위권을 자신하는 후보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이기흥 후보는 현재 비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이것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선거를 치르는데, 이 가능성을 현재 ‘반 이기흥’ 후보들이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1대 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강신욱 후보는 당시 25.68%의 표를 얻어 이기흥 회장(46.3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강 후보는 이런 점을 근거로 이번 선거에서는 25.68% 이상의 표를 얻을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유승민 후보 또한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 경험이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신선한 이미지가 선거 인단인 체육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어필할 요소가 많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이상 기호순)까지 6명이 후보로 나선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2차 토론회는 후보자 전원이 찬성해야 열힌다. 그러나 일부 캠프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회장 선거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대의원 2244명의 투표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