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하정우가 주연 및 연출작 ‘로비’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로 한 차례 인터뷰를 연기했던 하정우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강제 금주 중인 거 말고는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2일 개봉한 ‘로비’는 하정우가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어 세 번째로 연출한 영화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로, 하정우의 일상에서 출발했다.
“골프장에서 캐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지루하겠다. 별별 사람 다 만나겠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최고의 스코어를 기대하고 골프장에 가는 사람들이 떠올랐죠. 보면 이구동성으로 ‘오늘 컨디션 별로’라면서 밑밥을 깔아요. 그러고 100원, 1000원짜리 내기를 하면서 목숨을 걸죠. 지위, 나이 막론하고요. 이런 상황과 캐릭터들로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로비’는 신선한 소재 외에도 시원한 볼거리, 유의미한 메시지 등을 품은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하정우 식 개그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하정우 표 말맛’이라고 일컬어지는 말장난식 개그를 여기저기 넣었다.
하정우는 “처음 글로 읽었을 때 웃음이 나오면 그냥 그걸 믿어야 한다. 계속 수정하면 실패한다. 마치 성형 수술 같은 거다. 계속 손을 댈수록 부자연스러워진다”고 비유했다. 다만 하정우는 “‘로비’를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코미디 장르로 분류가 됐지만 사실 전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연출적으로도 되게 진지하고 사실주의적으로 접근했고요. 레퍼런스 삼은 작품 역시 그렇죠. 늘 말하듯 제게 영감을 주는 작품은 ‘쓰리 빌보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대부’이고 그게 언제나 제 작품의 베이스가 돼요.”
사진=㈜쇼박스 제공
하정우는 배우들에게도 연출 방향과 동일한 디렉션을 줬다고 했다. 그는 “리딩 전 모든 배우를 모아서 ‘무비 43’을 보여줬다. 극중 레스토랑 장면이 있는데 휴 잭맨이 턱밑에 남자 고환을 달고 나온다. 근데 그게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한다. 마치 귀처럼, 신체 일부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배우들에게도 의식하지 말고 연기해달라고 했다. 대사가 좀 괴상한 게 있더라도 거기에 절대 포인트를 주지 말고 일상처럼 연기해 달라고 말했다”며 “대사 속도 같은 경우는 제가 원래 빠른 걸 좋아한다. 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실제 일상 대화도 비슷한 속도”라고 부연했다.
본인의 디렉션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배우들에게는 찬사를 보냈다. ‘로비’에는 하정우 외 김의성,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등장, 호연을 펼친다. 관객의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로비’만의 강점이다.
“역량이 높으신 분들이기도 하고 리딩도 엄청 했어요. 감독은 항상 자기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세계 최고의, 역사에 남은 연기를 펼치길 원하니까요. 다들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릴 뿐이죠. 지금 바람은 배우들께도 필모에서 회자될 수 있는, ‘잘 출연했다’ 싶은 작품으로 남는 거예요. 감독에게 그만한 성취도 없으니까요.”
세 번째 연출작 ‘로비’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하정우는 올여름 또 감독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그의 연출 차기작은 하정우,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 주연의 19금 코미디 ‘윗집 사람들’이다. 앞선 2월 크랭크업한 영화는 현재 1차 편집을 마무리한 상태로, 4월 말부터 본격적인 편집에 들어간다.
“사실 뭐든 많이 쓰고 찍으면 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글도 일단 쓰는 편이에요. 고민은 덜 하고 뭐든 생각나는 대로 여러 버전으로 써보죠. 인풋 역시 가리지 않고 다 흡수하는 편이고요.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만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