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 와 KT 경기. KT 마무리 박영현이 9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4.02.
국가대표 마무리의 시즌 초반 페이스가 수상하다. KT 위즈의 마무리 투수 박영현(22)은 지난 6일까지 7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32를 기록했다. 세이브 상황 4차례에 나와 절반만 세이브를 올렸다. 2경기는 블론 세이브다.
박영현은 시즌 초반 몸이 정말 좋다고 자신했다. 지난해보다 구속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146km/h였던 직구 평균 구속이 올해는 148.2km/h까지 올랐다. 이강철 KT 감독도 지난 8일 만난 자리에서 "구속 등 수치는 나쁘지 않은데.."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공을 받는 파트너, 포수 장성우는 "볼넷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공에 힘은 있는데 제구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9일 기준, 박영현의 올 시즌 9이닝 당 볼넷 개수는 7.56개로 높다. 지난해 2.58개, 2022년 2.75개였던 예전보다 확 높아졌다. 볼넷이 많아지니 매번 어려운 승부를 펼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강철 감독도 "역시 멘털 문제인 거 같다. 박영현의 결정구가 직구인데, 직구 제구가 안되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고 조금씩 도망가는 것 같다. 그러다 실투가 나오고 자신감은 더 떨어지면서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 와 KT 경기. KT가 9-5승리했다. 경기종료후 마무리 박영현과 포수 장성우가 손을 맞잡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4.02.
그렇다고 박영현을 안 쓸 수도 없다. KT는 올 시즌 14경기 중 1점 차로 끝난 경기가 절반이나 된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크게 지는 경기가 별로 없고, 경기 막판까지 2-2, 0-0 이런 식으로 가는데 (박영현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혹사 논란까지 나올 정도지만 팀 사정상 피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영현은 혹사 논란 속에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박영현은 지난 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볼넷 1개를 내줬지만, 1점 차 리드를 잘 지켜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이튿날(9일) 이강철 감독도 "공이 좋았다. 회전수도 올라왔다. '볼끝'이 좋아졌다"며 흐뭇해했다. "역시 박영현은 많이 써야 한다"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더 자주, 더 많이 던질수록 공이 좋아진다는 의미였다.
해답 아닌 해답을 찾았다. 박영현은 9일 수원 NC전에서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4-1, 3점 차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최고 150km/h의 공을 앞세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도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지만 안타와 실점은 없었다.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KT의 경기. KT 마무리 박영현이 9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09.
경기 후 박영현도 자신이 더 자주 기용돼야 좋아진다는 걸 인정했다. 자신이 더 많이 등판할수록 팀이 리드하고 있다는 말도 되기에, 더 자주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고도 이야기했다. "(개인 성적 등) 세부적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팀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