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11경기 강행군을 펼친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KS)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웃었다. 진심으로 가을을 즐겼고, 최다 관중 1위(약 164만 명)의 팬들과 함께 푸른 물결을 만들며 포효했다. 짧고도 긴 가을 여정을 마친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팬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가을 삼성의 수확은 '값진 경험'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큰 무대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 준우승 경험을 한 가을야구 2년 차인 김영웅과 이재현은 긴장감 없이 공수에서 자기 역할을 다했고, 가을 데뷔전을 치른 이호성과 배찬승은 오히려 즐기고 배우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배짱투를 선보였다.
젊은 선수들의 '가을 멘털'은 남달랐다. 만루 위기에서도 웃으며 공을 던진 이호성과, 패전 다음 날 표정이 너무 밝아 위로차 방문한 감독이 발길을 돌렸다는 배찬승의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이들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은 형들보다 더 밝았다. 플레이오프 4차전 당시 선발 원태인이 5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을 때, 양도근과 김치잔 등 젊은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가 토닥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전까지 선배, 형들에게만 주로 위로를 받던 원태인은 "이렇게 원 팀, 강팀이 돼가는 것 같다"라며 흐뭇해 했다. 주장 구자욱과 베테랑 강민호도 "젊은 선수들이 형들보다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활약에 팬들도 호응했다. 올 시즌 관중 1위를 자랑하는 삼성 팬들은 매 경기 '푸른 물결'을 만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특히 지난 플레이오프 대전 원정에선 구단이 준비한 '푸른 타올'로 한화의 주황 바다 속 푸른 물결을 일렁였고, 대구 홈에선 드레스 코드를 '블루'로 통일해 푸른 파도를 일으켰다. 3루수 김영웅은 "(원정도 홈도) 응원석이 3루라 더 잘 보인다. 열정적인 응원에 항상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원태인도 "역대 최다 관중 팬들 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끝내면 안 된다'라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삼성 이호성. 삼성 제공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삼성 응원 모습. 삼성 제공
선수도 팬들도 힘겨웠던 가을을 잘 즐겼다.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팬들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값진 씨앗을 심은 삼성이다. 구자욱은 "올 한 해 최다 관중 기록도 세우고 정말 행복한 야구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이제는 두려울 것 없는 강팀이 된 것 같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더 잘 준비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