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최사라와 어은미 가이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시속 120㎞.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속도와 맞먹는 이 위압적인 속도를 오로지 '소리'에만 의지해 견뎌내는 선수가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파라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최사라(23·현대이지웰)와 그의 눈이 되어주는 가이드 어은미(27)가 그 주인공이다.
최사라는 오는 6일부터 이탈리아 코르티나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 활강, 슈퍼대회전, 대회전, 회전, 그리고 알파인복합 슈퍼대회전까지 전 종목에 걸쳐 설원을 누빌 예정이다.
23세 최사라에게 이번 대회는 벌써 세 번째 패럴림픽이다. 17세에 참가한 2018 평창 대회에선 나이 제한 때문에 '시범 선수'로 참가했다. 정식 선수로 처음 출전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대회전 11위, 회전 10위에 올랐다. 세 번째 대회에서 첫 메달을 노린다.
파라 알파인스키 시각장애 부문은 선수와 가이드가 하나로 움직이는 스포츠다. 가이드는 선수보다 앞서 달리며 코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설명하고 적절한 간격을 유지한다. 선수의 기량만큼이나 가이드와의 호흡이 절대적이기에 시상대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건다.
최사라와 어은미 가이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선천적 홍채 이상으로 시야가 극히 제한적인 최사라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어은미의 목소리에 온몸을 맡긴다. 가이드의 신호에 따라 방향을 틀고, 속도를 높인다. 가까운 물체조차 식별하기 힘든 상황에서 최사라는 가이드의 목소리를 믿고 거침없이 설원을 날아오른다.
2024년부터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비장애인 선수 출신인 어은미는 누군가와 보조를 맞춰 타는 법이 낯설었다. 스피드가 빨라 둘의 간격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뒤따르는 최사라를 확인하려다 게이트를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1년 넘게 동고동락한 끝에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이 됐다. 어은미 가이드는 "이제 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사라가 어떤 속도로 따라오는지 몸으로 느낄 만큼 일체감을 갖게 됐다"며 "우리가 같은 속도로 눈 위를 날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깊은 신뢰를 전했다.
최사라와 어은미 가이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증명됐다. 2025년 슈타이나흐 월드컵 슈퍼대회전 3위, 2026년 잘바흐 월드컵 활강 2위, 독일 펠드베르크 월드컵 회전 3위에 오르며 포디움의 단골손님이 됐다. 4년 전 베이징 대회 10위권 선수였던 신예가 이제 전 종목에 걸쳐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열두 살 무렵 스키를 처음 접하고 슬로프를 떼굴떼굴 구르던 소녀는 이제 한국 파라 스키의 역사를 새로 쓰려고 한다. 특히 대회가 열리는 코르티나 설원에서 최사라는 지난 2024년 2관왕에 오른 좋은 기억도 있다. 그 기억을 살려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최사라는 "주 종목인 스피드 종목(활강, 슈퍼대회전)에서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무조건 잘하려고 조급해하기보다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겠다. 최선을 다해 대회를 즐기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은미 역시 "최사라와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활강 종목 1등을 목표로 환상의 호흡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