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3회말 무실점 호투를 보인 한국 노경은이 포효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절체절명의 위기 속 '임기응변'이 빛났다. 그 중심에는 노경은(SSG 랜더스)이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제압했다. 조별리그를 2승 2패로 마친 한국은 10일 체코와의 최종전을 앞둔 일본(3승)에 이어 조 2위로 2라운드(8강)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체코전 승리 후 일본과 대만에 연이어 패하며 WBC 4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암운이 드리웠으나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2009년 이후 17년 만에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호주·대만과 2승 2패로 같았다. 하지만 대회 규정에 따라 동률 팀 간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 웃었다. 호주전에서 '9회 정규이닝 기준 5점 차 이상 승리하면서 2실점 이하' 조건을 넘어서야 했는데 가까스로 이를 모두 충족하며 호주·대만을 밀어내고 2라운드가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게 됐다. 류지현 감독은 "인생 경기"라며 웃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1회말 1사 1, 2루 호주 알렉스 홀 타석 때 한국 선발 손주영이 포수 박동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돌발 변수를 잘 대처했다. 이날 한국은 선발 손주영(LG 트윈스)이 1이닝만 소화했다. 2회 말 투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팔꿈치의 불편함을 느낀 게 문제였다. 류지현 감독과 트레이너가 체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한국 벤치는 노련하게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이 몸 풀 시간을 벌었다.
류지현 감독은 "손주영의 부상은 1회를 던지고, 2회를 던지기 전 불펜에서 사인이 나왔다"며 "(교체를 위한) 타임이 늦었기 때문에 다음 이닝에 올라가는 거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라가서 부상이라는 걸 심판에게 알린 뒤 시간을 버는 게 중요했고 노경은이 준비할 1분 정도를 벌었다"고 말했다. 이미 팔꿈치 통증을 느낀 손주영이 마운드에서 트레이너 체크 등을 받는 동안 노경은이 빠르게 준비를 마친 것이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3회말 한국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2026.3.9 [연합뉴스]
류 감독은 "갑작스러운 부상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했고 주심이 다행히 받아줬다. 호주 감독님께 감사한 건 심판이 얘기했을 때 받아줬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노경은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2이닝을 막아줬다. 정말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경은은 이번 대회 한국 야구대표팀의 최고령 선수. 지난 시즌 35홀드를 챙긴 그는 1년 전 세운 리그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경신하며 사상 첫 3년 연속 30홀드 금자탑을 쌓았다. 활약을 인정 받아 2013년 WBC 이후 무려 1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험은 '위기'에서 빛났다. 호주전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기적 같은 드라마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