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4일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최대 쟁점인 가운데 ‘중립 표심’의 향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포기 선언 속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시선이 쏠린다.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 ‘미행사’ 변수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지분율 격차가 최 회장 측 39%와 영풍·MBK연합 41%대로 2%대 수준이다. 이에 ‘중립 표심’에 따라 상정 안건의 통과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 20일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됐던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미행사’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최 회장 측이 내세운 이사 후보인 최윤범 사내이사·황덕남 사외이사·박병욱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의결권 미행사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도 ‘반대’ 의견을 내는 등 최 회장 측 인사에 난색을 표했다. 수책위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연합뉴스 반면 수책위는 영풍·MBK 연합이 추천한 후보인 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최병일 사외이사·이선숙 사외이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로 받은 의결권을 2분의 1씩 나눠서 행사하기로 했다. 크루서블 JV(조인트 벤처)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이사에 대한 의결권도 절반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우군의 ‘포기’로 쉽지 않은 표심 대결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루서블 JV가 10.59% 지분을 보유한 최대 우군이다. 한화그룹의 7.7%도 우호 지분이다. 현대차그룹의 해외법인인 HMG 글로벌도 지분 5.01%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의 지분율은 1.55%다. 다만 지난해 연말 최 회장 측 지분으로 분류됐던 1.4%가 자사주 소각으로 사라졌다.
영풍·MBK 연합은 와이피씨가 25.21%를 보유한 최대 우군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영풍 측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32.88%다. 여기에 MBK 측의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8.25% 지분을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 CI. 노조는 규탄, 소액주주의 ‘민심’은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규탄했다. 고려아연 노조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약탈적 사모펀드에 세계 1위 제련소의 열쇠를 쥐여준 매국적 방관”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홈플러스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연금이 MBK 측의 이사회 진입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분개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 국민연금은 그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도 무엇을 배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을 또다시 멋잇감으로 던져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자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탄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제 14.97% 지분율을 보유한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민심'의 향방에 따라 이사 후보들의 면면이 정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최대 실적과 미국 현지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발표 등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고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한편 현재 임기 만료 이사(6명)를 제외하면 고려아연의 이사회 구도는 6대 3으로 최 회장 측이 앞선 상황이다. 이번 주총에서 지분 대결을 통해 5~6명의 신규 이사가 결정되는데 '9대 6' 혹은 '9대 5' 구도로 이사회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최 회장 측의 경영권 수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