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열린 22일 잠실야구장 제1매표소 앞에서 암표상들이 돈을 받고 표를 팔고 있다. 일간스포츠 DB프로야구 암표상 거래 현장. 일간스포츠 DB<편집자 주> 본 기사는 일간스포츠 대학생 서포터즈가 기획부터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완성한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대학생 청년의 시선으로 스포츠 현장을 바라보았으며, 편집 과정을 거쳐 게재됐습니다. 이 외에도 일간스포츠 서포터즈가 기획 및 제작한 카드뉴스와 영상 콘텐츠는 일간스포츠 공식 SNS(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가 3년 연속 단일 시즌 1000만 관중을 목표한다. 프로야구는 개막전이 열린 28일 오후 2시께 전국 5개 구장을 들썩이게 했다. 유례없는 관심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암표와 되팔이, 비효율적인 예매 시스템이 상존한다. 야구팬들은 티켓 구하기에 지쳐가고 있다. 제도권의 대책이 현장의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 "티켓 가격 상한선 100만 원? 실효성 없다."
최근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매크로(macro) 시스템을 이용한 티켓 재판매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개인 간의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티켓 재판매 플랫폼이 프리미엄 거래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해당 플랫폼은 티켓 가격이 높을수록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약 10%, 정가 이하는 0%)도 커지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이용자들은 야구 관람이 아니라 티켓 재판매 수익만을 목적으로 선예매 멤버십에 가입한다. 실제 인기 경기에서는 정가 대비 크게 높은 가격이 형성되며, 가을야구의 경우 1~2만 원 안팎의 외야석이 30만 원 수준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 도입된 티켓 가격 상한선 100만 원 정책 역시 야구 티켓 평균 가격을 고려하면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는 구단별로 예매처가 분산되어 있다. 티켓링크, NOL 인터파크, 각 구단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예매 경로가 다양하다. 플랫폼마다 예매 오픈 시각과 로그인 방식이 제각각이다. 야구팬 A씨는 "시즌만 되면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며 로그인과 본인인증만 반복하다 시간을 다 보낸다"며 "최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라도 통일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매 과정에서의 기술적 결함과 편의성 부족도 팬들의 분노를 산다. NOL 인터파크를 이용하는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의 경우, 좌석 점유율이 95%라고 표시되었어도 막상 들어가면 잔여 좌석이 하나도 없는 '허수 정보' 때문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기가 많다. 또한 지류 티켓 수령을 위해 별도의 클릭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0.1초도 촉박하게 다투는 티켓팅에서 이러한 절차는 티켓 소장을 원하는 팬들에게 불리한 요소다.
이러한 예매 사용자 경험은 팬들을 암표 시장으로 내몬다. 야구팬 B씨는 "대기열 진입 기준이 무작위라 예매 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예매창을 구경하는 등 시스템의 불투명성이 심각하다"고 불평했다. 야구팬 C씨는 "무한 대기와 '취켓팅(취소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는 행위)'에 매달리느니, 차라리 시간을 아끼고자 프리미엄을 얹어 지불하는 게 정신 건강에 낫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좌석 시야 정보의 부재로 인해 팬들이 '자리어때' 같은 외부 사이트를 뒤진 뒤라야 예매 과정에 참여하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와, SNS(소셜 미디어)에서의 정가 양도 사기 범죄, 그리고 암표 수익으로 결혼 자금을 마련했다는 무용담 등은 정직하게 예매에 참여하는 팬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KBO 야구회관. 일간스포츠 DB■ "암표 티켓 안 사는 게 답? 시스템부터 재정비 필요."
암표를 근절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구매하지도, 판매하지도 않는 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예매 불편함과 시스템적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팬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과 자정 노력을 요구할 수는 없다. 암표를 완벽히 근절할 수 없다면, 여러 사례를 벤치마킹해 예매 과정을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 봉쇄가 필요하다. 매크로 및 봇(bot) 차단 기술의 고도화가 전제된다면, 재판매 목적의 암표 근절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공재 성격의 공식 리셀 마켓 재도입 ▲예매 단계에서 실제 좌석 시야 사진 제공 ▲단계별 대금 정산 방식 도입 ▲공식 예매처와 수사 기관의 실질적 공조 ▲부정 거래 상시 모니터링 등을 검토해야 한다.
결국 KBO의 '의지'가 관건이다. 이미 티켓을 다 팔았으니, 손해가 없다는 방식의 방관은 부적절하다. 앞서 언급한 거처럼 KBO가 직접 안전하고 합리적인 2차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리그 차원의 통합 예매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기 위한 공식 시스템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리그가 커진 만큼 팬들에 대한 예우도 커져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에 KBO가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