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6시즌 리그 경기사용구(공인구) 1차 시험 결과는 예상과 다소 다른 방향이었다. 현장에서 홈런이 적지 않게 쏟아지며 반발계수 상향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제 측정된 반발계수는 오히려 낮게 나왔다. '타고투저' 흐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시선이 쏠린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공인구의 '솔기폭'이다.
이번 시험에서 확인된 평균 솔기폭은 7.85㎜. 5개 샘플 가운데 최대 8.00㎜(최소 7.49㎜)로 측정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 7.03㎜, 최대 7.23㎜(최소 6.84㎜)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다. 불과 1㎜ 남짓한 변화지만, 손끝 감각에 민감한 투수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장의 체감은 엇갈린다. A구단 소속 한 투수는 "솔기폭 변화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최근 등판 때도, 평소 훈련에서도 특별히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결국 공인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B구단 투수는 미묘한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공인구가 예전보다 조금 작아진 느낌이 있다"며 "과거에는 솔기가 높아 물집이 잡히거나 손톱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실의 굵기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솔기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솔기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을 감싸는 실의 폭이 넓어질수록 돌출된 높이는 완만해지기 때문이다. 투수 출신 한 해설위원은 "솔기 높이가 낮아지면 투구 시 (손가락이) 솔기에 덜 걸리는 싱커나 투심 패스트볼 같은 구종이 올 시즌 좀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발계수는 수치상 낮아졌지만, 솔기폭 변화라는 또 다른 변수는 시즌 초반 투수들의 감각과 구종 선택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공인구의 미묘한 차이가 올 시즌 KBO리그 마운드 판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