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을 위해 마운드로 향하는 길,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환호성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지난 가을야구보다 더 크게 느껴진 함성이었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돌아온 에이스를 향한 팬들의 진심 어린 기다림이었다.
원태인은 지난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20회(국내 선수 1위)나 기록할 정도로 긴 이닝을 책임지던 그에게 3⅔이닝은 낯선 성적이었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삼성 팬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모두가 기다려 온 에이스의 건강한 귀환이었기 때문이다.
WBC 부상 낙마 이후 인터뷰를 가졌던 원태인. 삼성 제공
지난겨울, 원태인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했다. 그는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자신의 해외 진출 쇼케이스는 물론, 최근 부진했던 국가대표의 부흥을 이끌기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찾아온 예기치 못한 부상은 그를 깊은 좌절에 빠뜨렸다. WBC 최종 엔트리 낙마에 이은 2년 연속 개막 엔트리 합류 불발. 언제나 씩씩했던 원태인도 이번만큼은 침체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원태인은 당시를 돌아보며 "정말 많이 힘들었고, 많이 속상했다. 아쉬운 마음이 너무 컸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원태인답게 이를 이겨냈다. "(국가대표 탈락이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소속팀에서 새 시즌을 다시 준비해야 했고, 올해 우승을 목표로 하는 시즌인 만큼 내가 건강하게 돌아와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느 비시즌, 어느 캠프 때보다 2군에서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전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퓨처스 팀에서 보낸 인고의 시간은 그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후배들의 시선이었다. 1군 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느라 퓨처스에 머문 시간이 적었던 그에게 후배 선수들의 이목이 쏠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는 원태인이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히 다잡는 계기가 됐다. 원태인은 "내가 풀어진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에게 안 좋은 본보기로 비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래서 운동 하나를 하든 러닝을 하든 더욱 집중해서 했다"고 말했다. 에이스로서 부끄럽지 않은 본보기가 되기 위한 훈련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도 완벽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내게도 후배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그렇게 몸과 마음을 단련한 원태인은 마침내 1군 마운드에 서서 호투했다. 이날 투구를 복기한 그는 "밸런스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늘의 유일한 목표는 '건강하게 정해진 투구 수를 다 채우고 내려오기'였다. 목표를 이뤄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제 막 스프링캠프 첫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한다. 몇 경기 과정을 더 거치면 완벽한 상태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시즌의 출발선에는 함께 서지 못했지만, 원태인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시즌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2년 연속 시작(개막)을 함께하지 못해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지만, 시작과 끝 중에 고르라면 끝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끝날 때까지 안 다치고 잘 완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절망 속에서 후배들의 거울이 되며 자신을 갈고닦은 원태인, 그의 진짜 2026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