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팀 키움 히어로즈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눈이 한 선수에 꽂혔다. 이 감독은 "스윙이 깔끔하다. 우리한테도 2안타(17일 경기)를 치더니.. 어쩐지 상위 라운더더라"며 감탄했다. 감독의 시선 끝에 머문 선수는 키움 신인 내야수 김지석이었다.
데뷔 직후 7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잡으며 1군 무대에 연착륙 중인 김지석. 그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부드러운 스윙 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나이답지 않은 냉정한 멘털리티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1. 15일 KIA 타이거즈전, 데뷔 첫 홈런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이유
김지석은 지난 15일 KIA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날 6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3회 초 상대 투수 김태형의 148km/h의 빠른 직구를 받아쳐 우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프로 데뷔 5경기, 선발 3경기 만에 나온 첫 안타이자 첫 홈런이었다.
키움 김지석. 키움 제공
꿈의 무대에서 쏘아 올린 데뷔 첫 아치. 벅차오를 법도 했지만, 김지석은 감정을 억누르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당시를 돌아본 그는 "그전까지 열 타석 연속 안타가 나오지 않아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 기회 주신 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홈런이 나와 다행이다. 경기가 끝나고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정말 감동이었다"라면서도 "그날 홈런은 홈런이고,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너무 감정에 치우치면 다음 플레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최대한 덤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루 3~4타석이라는 적은 표본에서 나오는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다음 경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1군 무대에서 빠르게 체득했다. 그의 좌우명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역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노력'에만 집중하고 결과는 순리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성숙한 마인드를 대변한다. 그렇게 냉정함을 유지한 김지석은 17일 첫 멀티안타에 이어 19일 경기에서도 안타를 때려내며 1군 무대에 완벽히 적응해 가고 있다.
키움 김지석. 키움 제공
#2. 18일 KT 위즈전, 스리번트에서 얻은 교훈
18일 KT전, 김지석은 의외의 주문을 받았다.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7회 무사 1루 상황.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두 번의 실패로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이때 벤치에서 한 번 더 번트를 대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설종진 키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는 작전 실패 후 강공으로 전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병살타)를 차단하면서, 신인 선수가 겪을 심리적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벤치의 보호 의도와 별개로, 타석에서 물러난 김지석의 시선은 철저히 자신의 '실패'를 향해 있었다. 김지석은 "작전 실패 후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 배워가는 단계"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자신이 첫 두 번의 시도를 성공했다면 스리번트 지시까지 안 갔을 거라는 통렬한 반성이었다. 그만큼 승부욕도 강한 선수다.
물론 아쉬움만 곱씹지는 않는다. 철저한 복기로 다음을 준비할 뿐이다. 그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소중한 기회인 만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키움 김지석. 키움 제공
#3. 나 홀로 200번 스윙, "땀의 힘을 믿습니다"
김지석은 고등학교 시절 매일 200번씩 스윙하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매일 한 건 아니다"라고 웃으면서도 "페이스가 안 좋거나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100번이든 200번이든 만족할 때까지 배트를 돌렸다"라고 말했다. 적장도 감탄한 그의 타격 폼은 어린 시절 자신만의 리듬을 묵묵히, 그리고 철저하게 다듬어온 뚝심의 결과다. 김지석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김지석의 단기 목표는 100안타 달성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롤모델인 이정후처럼 공수주를 두루 갖춰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국가대표에 승선하는 것을 꿈꾼다. 특히 최근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며 새로운 동기부여도 얻었다. "제가 문보경 선배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더라. 더 성장해서 이번 WBC에서의 문보경 선배처럼, 팀의 보물에서 한국의 보물이 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화려한 재능 뒤에 숨겨진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땀방울. 적장의 찬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가는 신인 김지석의 1군 생존기는 이제 막 첫 페이지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