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 초반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뒷문 불안이다. 10개 구단 평균 31경기를 치른 5일 기준으로, 6개 팀이 7번 이상 역전패를 허용했다. 지난 시즌(2025) 같은 경기 수에는 4개 팀뿐이었다.
'마무리 투수(클로저) 수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세이브를 올렸던 LG 트윈스 유영찬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해 수술대에 올랐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 역시 오른 어깨 극상근 염증 탓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최다 세이브를 기록 중이었던 김원중은 시즌 첫 4경기에서 제 공을 던지지 못해, 팀 셋업맨 최준용에게 잠시 자리를 내줬다. 한화 이글스 김서현 역시 현재 부진 탓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런 추세 속에 유독 돋보이는 투수가 있다. KT 위즈 클로저 박영현(23)이다. 그는 올 시즌 총 15경기에 등판해 2승 9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다. 총 6번 8회 등판했고, 4번 아웃카운트 4개 이상 막아내며 세이브를 올렸다. 박빙 상황에서 반드시 리드를 지켜야 할 때, 이강철 KT 감독은 박영현의 조기 투입을 결정했다.
박영현은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데뷔 5년 차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예년보다 빠른 시점에 몸을 만들어야 했다. 노하우가 부족했던 그는 대회 내내 원래 구속(2025시즌 포심 패스트볼 기준 평균 147.5㎞/h)을 구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영현은 개막 뒤 이내 원래 구위를 회복했고, KT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5일 KT의 5-4 승리를 이끌고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영현. IS포토
박영현은 "WBC 출전을 위해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린 탓인지 구속이 잘 안 올라왔는데, (LG와의 3월 28일 개막전에서) 공 34개를 던진 게 오히려 몸을 푸는 효과로 이어진 것 같다. 공을 많이 던지다 보니 오히려 적응했다"라고 했다.
다른 팀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 등판 수와 소화 이닝이 많은 편이다. 그는 많이 던지는 게 오히려 컨디션 관리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박영현은 "격일로 쉬는 건 괜찮은데 닷새 엿새 씩 등판 간격이 벌어지면, 몸이 안 풀리는 것 같다. 차라리 연투가 더 나은 것 같다. 휴식을 취하면 팔 상태는 나아지는데, 몸은 전반적으로 무거워져 팔이 잘 안 나오는 느낌"이라고 웃어 보였다.
멀티 이닝도 문제없다. 그는 세이브를 올리는 것보다 벤치에서 판단한 가장 중요한 시점에 등판해 임무를 완수하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걸 더 큰 가치로 여기고 있다. 박영현은 "기록을 그러다 보면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부상 관리도 철저하다. 박영현은 건강한 몸을 준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보양식도 찾아 먹고 항상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도 게임을 하며 바로바로 풀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영현은 지난 시즌 프로 데뷔 뒤 가장 많은 세이브(35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3.39) 피안타율(0.258) 등 세부 지표에서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그는 "그저 내 할 것만 잘하자는 마음이다. 커리어 로우였던 세부 기록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크다"라고 했다. WBC에 출전해 도미니카공화국 투수들의 공을 보며 감탄한 그는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구사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