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OTT 시리즈물로 기획된 작품이 극장 개봉을 거쳐 플랫폼으로 향하는, ‘역(逆) 홀드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작사는 스크린을 통해 화제성과 수익성을 선점하고, 플랫폼은 검증된 콘텐츠를 수급하는 상생 구조를 꾀하는 모양새다.
12일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1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동명 베스트셀러에서 출발한 영화는 소원을 들어주는 과자 가게 ‘전천당’에 행운의 동전을 지닌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물이다.
당초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12부작 시리즈로 기획·제작됐으나, 정식 OTT 공개에 앞서 극장 개봉을 먼저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리즈 버전은 하반기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현재 막바지 조율 단계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공개 방식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재인, 홍경 주연의 ‘콘크리트 마켓’이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해당 작품은 극장에서 영화 형태로 먼저 베일을 벗고, 2주 후 웨이브에서 7부작 시리즈로 공개됐다. 시리즈라는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중간 기착지로 극장을 활용해 콘텐츠의 물리적·심리적 접점을 넓힌 사례로 꼽힌다.
각 제작사에서 내세운 이유는 지식재산권(IP) 다각화와 타깃 최적화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측은 “유명 IP인 만큼 단일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기승전결이 완벽한 서사를 갖추고 있어 극장용 콘텐츠로서 손색이 없었고, 타깃층인 어린이와 부모가 극장을 선호해 잘 맞을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마켓’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이러한 흐름 이면에는 산업의 현실적 고충이 내재해 있다. 현재 OTT 시장은 콘텐츠 공급 과잉으로 ‘편성 전쟁’이 극에 달한 상태다. 플랫폼사의 수급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플랫폼 매입가는 제작비 상승 폭 대비 정체 혹은 하락 추세다. 제작비 회수가 최우선 과제인 투자·제작사로서는 추가 판로가 절실한데, 극장 개봉이 그 돌파구가 되는 셈이다.
과거 2차 시장용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마케팅을 위해 형식적인 극장 개봉을 거쳤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리즈물 역시 대중적 인지도 확보가 주요해졌다. 이 가운데 ‘극장 개봉작’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면, 이후 플랫폼 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극장 입장에서도 부가적인 티켓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구다. 한국영화 시장의 침체와 제작 편수 감소로 스크린을 채울 신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중 인지도가 높은 배우와 탄탄한 IP를 갖춘 신작 확보는 관객을 유인할 핵심 동력이 된다.
한 콘텐츠 유통 관계자는 “OTT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 경쟁이 출혈 경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단순히 플랫폼 내부의 마케팅만으로는 대중의 시선을 붙잡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며 “극장 개봉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자구책이자 작품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생존 전략인 셈”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