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21세기 대군부인’ 박준화 감독이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작품 출연진과 제작진 가운데 유일하게 종영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박 감독은 “제작진을 대표해서 가장 큰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노력하면서 만든 연기자들에게 그 노력에 대한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16일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으나 방영 내내 세계관 설정과 고증 부족으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11회에서는 신하들이 왕을 향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치는 등 역사 왜곡 논란까지 불거지며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이날 박 감독은 “작품을 시작할 때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행복하고 힐링되기 바란다고 말했었는데, 힐링 보다는 죄송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작진 대표해서 가장 큰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논란이 된 작품의 세계관과 출발점에 대해 조선 왕조가 현대까지 이어졌을 상황을 가정했다고 밝혔다. 작품은 현대가 배경임에도 11회 속 이안대군(변우석)의 즉위식 장면이 중국의 속국인 것처럼 묘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작가님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이 많다. 우리 역사에서 6.25 등 힘들었던 역사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 없는 형태로 조선 왕조가 이어졌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드라마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기 대본을 작업한 작가님이 모티브를 수양대군으로 한 거 같은데, 저 역시 역사에 대한 부분에 무지했다”며 “21세기 입헌군주제, 왕실 자체가 가상의 현실이고 판타지 로맨스이고 조금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한 설정으로 이해를 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일본 왕실을 참고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일본 왕실은 참고한 적 없다. 작가가 유럽의 어느 나라의 상황을 참고한 거 같다. ‘브리저튼’ 시리즈가 있는데 이 드라마에서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며 “‘이거 우리나라에 없는 서양의 설정이 좀 많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11회에서 ‘천세’라는 흔히 쓰지 않는 표현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왕실의 어떤 걸 표현하려다 보니까 어떤 늪에 빠진 것 같다”라며 “자문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했다.
‘작품을 준비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느냐’는 질문에는 “드라마 시작할 때 방송 시점이 정해져 있었다. 프리 기간이 좀 길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늦게 합류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시청자에게 아직 왕이 있고 왕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설득력을 줄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고, 의상, 미술 부분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는데 디테일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했다.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했다. 박 감독은 “정말 시청자에게 설렘과 즐거움과 밝음을 주고 싶었다. 그냥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다. 역사적인 해석과 미숙한 표현의 문제 때문에 그들이 사과하고 상처를 받는 게 제 입장에서는 너무 미안하다. 마지막 방송을 하고 ‘고생했다’고 얘기해야 할 순간인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연륜 있는 사람이 나인데, 좀 더 고민하고 치열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왜 그 순간에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저도 ‘설정에 매몰됐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성희주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어떤 면에서는 악녀지만 센 모습보다는 묘한 허당과 욕망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 보였으면 했다”며 “캐릭터의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아이유의 연기로 많이 희석됐다고 생각한다. 아이유가 연기하는 모습은 내가 그렸던 것 이상으로 입체적인 연기라고 느꼈다. 우리 드라마 흐름 안에 많은 힘을 줬다”고 말했다.
변우석에 대해서도 “일단 열심히 했었다. 노력하는 부분을 많이 느꼈다”며 “눈빛의 깊이나, 바라볼 때의 슬픈 모습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슬픔을 담으려고 노력을 한 거 같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인정받길 바랐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가 끝나갈 때 쯤 끝내 눈물을 보이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한편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관련 여행 상품도 취소되는 등 여파가 이어졌다. 완주문화관광재단은 이날 공지문을 통해 “‘21세기 대군 스토리 투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였으며, 내부 논의 끝에 프로그램 운영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완주군은 극중 이안대군(변우석)의 사저로 등장하는 아원고택, 소양고택 등이 주목받으며 드라마와 연계해 관광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