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뒤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 선언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 선언은 한국 축구계에 거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협회를 운영하는 동안 있었던 논란과 비판은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마지막 소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대승적 결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최근 이어진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박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협회는 이에 반발해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항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뒤집을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국가 정상화 과제에 '축구협회 혁신'을 포함하면서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사실상 정부가 협회를 정조준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임기를 끝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선은 차기 회장 선거로 향한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직이 공석이 되면 60일 이내에 차기 회장 선거를 해야 한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 새 회장을 뽑는 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축구계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재정 문제다. 대한축구협회는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을 위해 약 6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연간 예산이 1000억원 안팎인 조직이 감당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고, 중장기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새 집행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 경쟁력과 인기 회복도 빼놓을 수 없다. 축구대표팀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거센 논란을 겪었고, 이후 팬들의 신뢰와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 따라 홍 감독 체제 유지 여부도 차기 회장이 결정해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이 밖에도 협회 거버넌스 개혁, 심판 및 유소년 육성 시스템 정비, K리그와의 협력 강화, 팬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정몽규 체제가 13년 만에 막을 내리는 가운데, 차기 회장 선거는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한국 축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