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실형'을 살지 않고 '집행 유예'로 경기에 나서는 황당한 일이 볼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 미국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이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서게 된다고 AP 통신 등이 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직전 경기 퇴장에 따른 출전 정지가 '집행유예' 처리된 결과다. '발로건이 1년의 유예기간 유사한 파울을 범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다.
미국 대표팀 에이스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 AP=연합뉴스발로건이 32강전에서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밟목을 밟고 함께 쓰러져 괴로워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발로건은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간의 대회 32강전에서 선제골을 뽑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후반 19분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FIFA 월드컵 대회 규정 제10조 5항에 따르면,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는 자동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따라서 발로건은 오늘 6일 시애틀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16강전을 치러야 했다. 이번 대회 3번째 득점에 성공한 에이스가 빠지는 건 미국 대표팀에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발로건이 집행 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미국축구협회가 발로건이 16강전에 뛸 수 있게 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옳은 일을 해서 거대한 불의를 바로 잡은 FIFA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당초 발로건에게 레드카드가 준 판정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FIFA가 공동개최국 미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뒤따를 전망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12월 신설된 'FIFA 평화상'을 수여한 바 있다. 이번 '집행 유예'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징계를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6일 보도했다. 트럼프가 스포츠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신설된 'FIFA 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게 수여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