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열린 12일 목동야구장. 경북고 9번 타자 김건록의 타구가 세광고 우익수 이상준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1루 측 더그아웃에서는 세광고 야구부가 환호하며 마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세광고 투수인 박상민을 포함한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은 글러브를 하늘 위로 벗어던지며 포효했다. 세광고의 청룡기 우승 순간이었다.
1954년 야구부 창단 이후 72년 만의 첫 청룡기 대회 우승이다. 1982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44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섰다. 당시에는 KBO리그 통산 최다승(210승) 투수 송진우가 선수로 뛰었다. 인내의 시간을 겪었다. 종전 청룡기 최고 성적은 2020년 4강이었고, 2023년에는 봉황대기 대회 결승전에서 9회 마지막 수비에서 동점 허용 후 연장전에서 패했다.
경기 뒤 일간스포츠와 만난 방진호 세광고 감독은 "청룡기 대회 결승에 처음 올라와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봉황대기 당시에는 '초보 감독'이었다. 미숙한 점이 많았다.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선수들이 성장을 많이 해 좋은 결과를 갖고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견고한 수비가 우승 원동력이다. 대회 5경기에서 실책은 4개에 그쳤다. 덕분에 투수들도 야수들을 믿고 공격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팀 평균자책점은 2.61(38이닝 11자책점)에 불과했다. 결승전에서도 유격수 김우진이 호수비를 펼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방진호 감독은 "8강부터 수비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수비에서 위기를 많이 넘겼다"고 짚었다.
세광고의 미래는 더욱 밝다. 박상민, 김동유(이상 투수) 전영훈(포수) 이홍석(외야수) 김우진(유격수) 등 핵심 전력이 2학년이기 때문. 방진호 감독은 "세광고가 내년이 더 밝다는 평가가 많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어떠한 대회라도 또 (우승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세광고 응원석이 들썩였다. 이날 섭씨 34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세광고 재학생과 교사, 세광중학 야구부 등 수백여 명은 전세 버스를 타고 목동야구장을 찾아 세광고를 목 터져라 응원했다. 방진호 감독은 "(우승의) 한을 풀었다는 게 가장 크다. 염원들이 많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기운이 저희한테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