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무기도, 두 번째 무기도 통하지 않았다. 오른손 투수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이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고우석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로 강등됐다. 지난 8일 생애 첫 메이저리그(MLB) 콜업의 기쁨을 누렸고, 이틀 뒤에는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그러나 승격 13일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빅리그 데뷔 꿈을 이룬 고우석의 투구 모습. [AP=연합뉴스]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고우석은 MLB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2.50, 피안타율은 0.400까지 치솟았다. 21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장타 4개를 얻어맞으며 3실점 했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고우석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구사한다. 이 가운데 포심(39.5%)과 슬라이더(33.7%)의 구사 비율이 73.2%에 달한다. 하지만 두 구종의 피안타율은 각각 0.600과 0.571로 매우 높았다. 고우석이 허용한 피안타 8개 가운데 7개는 포심(3개)과 슬라이더(4개)를 공략당한 결과였다.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내준 장타 4개도 포심과 슬라이더를 각각 2개씩 얻어맞았다. 주무기 두 가지 모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미네소타에서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고우석, [AP=연합뉴스]
고우석은 KBO리그 시절 '돌직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압도했다.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로 리그를 호령했지만, MLB에서는 같은 무기가 통하지 않았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 시즌 고우석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4.5마일(152.1㎞/h)이다. 리그 평균인 94.7마일(152.4㎞/h)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 여기에 포심의 위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인 수직 무브먼트도 뛰어난 편이 아니다. 특히 왼손 타자를 상대로 포심 구사 비율(44%)을 높이는 경향을 보이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고우석의 왼손 타자 피안타율은 0.462에 이른다. 슬라이더마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투구 레퍼토리는 더욱 단조로워졌다. 스플리터는 피안타율 0을 기록하며 위력을 보였으나, 구사 비율이 낮아 주무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빅리그 타자들은 KBO리그 타자들과 달랐다. 평균 수준의 구속과 평범한 포심의 움직임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려웠고, 함께 활용한 슬라이더마저 효과를 내지 못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티빙 해설위원은 "고우석의 구속은 빅리그에서 주목받는 수준이 아니다. 리그의 오른손 불펜 평균 구속이 95.3마일(153.4㎞/h) 정도"라며 "이번에 보여준 모습은 C+ 정도 아닐까 한다. 연봉이 높지 않고 미네소타의 팀 사정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콜업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다. 조금 더 안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