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루수 하주석. 한화 제공
겉으로는 베테랑 선수끼리의 1대1 맞트레이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 팀이 가장 필요했던 퍼즐을 맞춘 '니즈 매치(Needs Match)'에 가깝다. 한화 이글스는 불펜을, KIA 타이거즈는 내야를 보강했다. 이제 관심은 어느 쪽이 더 큰 효과를 거둘지에 쏠린다.
한화와 KIA는 23일 내야수 하주석과 우완 투수 이형범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광주에서 열린 주중 3연전 기간 양 구단이 협상을 이어간 끝에 성사된 거래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한 쪽은 KIA다. KIA는 올 시즌 내야 자원 운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천후 내야수 박민이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베테랑 김선빈의 체력 관리도 필요했다. 김규성과 정현창이 공백을 메웠지만 경기 후반 활용할 대타 카드와 멀티 내야 자원이 부족했다.
결국 KIA는 외부 수혈을 택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현장에서 선발로 나갈 수 있는 경험 있는 내야수를 원했다"며 "우리가 먼저 내야 보강을 제안했다. 하주석은 최근 퓨처스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은 올 시즌 1군에서는 27경기 타율 0.256에 머물렀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0.327을 기록하며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했다. 유격수와 2루수, 3루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경험도 KIA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특히 KIA는 당장 주전뿐 아니라 경기 후반 대수비와 대타 카드까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
23일 광주 한화전을 마친 뒤 한화로 이적한 이형범.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KIA 제공
반면 한화는 포스트시즌을 바라본 즉시 전력 불펜을 얻었다. 이형범은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무리 경험까지 갖춘 베테랑으로, 필승조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손혁 한화 단장은 "이형범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베테랑 투수다. 최근 데이터에서도 구속과 투심 움직임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는 올 시즌 내야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반면, 긴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불펜 보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주석이 5월 이후 한 차례도 1군에 콜업되지 않았던 점도 이번 트레이드의 배경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주는 결단을 내렸지만, 현재 전력 구상에서는 출전 기회보다 불펜 보강의 필요성이 더 컸다는 의미다.
KIA 역시 출혈은 있었다. 이형범은 올 시즌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태양의 복귀와 젊은 불펜 자원들의 성장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경험 많은 내야수를 확보해 선수층의 약점을 메웠다.
이번 트레이드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두 팀 모두 남는 자원을 필요한 포지션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거래였다. 다만 단기적인 효과만 놓고 보면 KIA가 조금 더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하주석은 곧바로 여러 내야 포지션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이형범은 치열한 한화 불펜 경쟁을 뚫고 자신의 역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트레이드의 성패는 누가 더 좋은 선수를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절실했던 빈자리를 채웠느냐에 달려 있다. 하주석이 KIA 내야에 안정감을 더하고, 이형범이 한화 불펜의 마지막 퍼즐이 된다면 이번 맞트레이드는 양 팀 모두가 만족할 '윈윈 트레이드'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