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히게단디즘. (사진=엑세스엑스 제공)
국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J팝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오랜 기간 동안 마니아층의 주요 소비 장르로 통했던 J팝이 국내 대중음악신을 파고드는 모습이다. J팝 리메이크의 번안 리메이크부터 J 밴드의 내한 러시까지. J팝이 글로벌 핫플로 주목 받은 K팝의 본거지인 대한민국의 리스너들을 홀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태연이 리메이크한 일본 싱어송라이터 츠키의 ‘만찬가’가 10일 기준 멜론 일간차트 8위에 오르며 차트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한로로가 다시 부른 타카하시 요코의 ‘잔혹한 천사의 테제’도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두 곡은 가수 겸 프로듀서 강남이 진행 중인 ‘제이팝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개되고 있는 곡인데, 태연과 한로로 모두 원곡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가수 특유의 매력을 살려 새로운 매력을 더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일본의 명곡들을 한국 아티스트들의 감성과 음악적 해석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단순히 과거의 히트곡을 다시 들려주는 게 아니라, 언어와 시대를 넘어 좋은 음악이 새로운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둔다.
프로젝트 제작사 측은 “단순히 유명한 제이팝을 한국어로 다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음악 트렌드와 아티스트의 개성을 담아 대중이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세 번째 곡으로는 일본의 아이콘으로 사랑받는 마츠다 세이코가 1980년 발표한 히트곡 ‘푸른 산호초’가 낙점됐고, 악뮤 수현이 가창에 참여한다.
한로로. (사진=SHgold네트웍스 제공) 일본 밴드들에 대한 국내 리스너들의 열광도 심상치 않다. 최근 KSPO돔에서 내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펼친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을 비롯해 미세스그린애플, 우버월드, 요아소비, 킹누, 노벨 브라이트, 스파이에어 등 다양한 개성의 밴드들이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일본 밴드 음악을 비롯한 J팝 소비 리스너가 마니아 층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점차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건데, J팝이 일반 대중을 파고든 배경은 복합적인데 릴스, 틱톡, 숏츠 등 숏폼 플랫폼의 BGM으로 과거 몇 년 전에 비해 일본 음악이 다수 플레이되는 추세라는 점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중적 흥행이 기존 J팝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의 관심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J팝은 음악 소비 성향이 비교적 주체적이고 특정 문화에 대한 장벽 없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층에 소비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숏폼 챌린지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을 접한 뒤 이를 음원 차트에서 찾아 듣는 수순으로, 츠키 ‘만찬가’나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오피셜히게단디즘의 ‘프리텐더’, 사카낙션의 ‘밤의 무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퍼포먼스에 특화된 K팝 아이돌 음악이나 이지리스닝 팝 음악이 취향이 아닌 리스너들에게 J팝이 대안으로 꼽히는 경향도 있다. 상대적으로 리얼 악기 기반에 풍성하게 채워진 아날로그형 밴드 사운드를 선호하는 리스너들이 J팝에 호의적인 경우가 많고,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 등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음악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의 강세 속 국가별 음악의 경계가 희미해진 점도 J팝 강세에 일정 몫을 차지한다. 국내에서의 높아진 인지도는 일본 밴드 등 J팝 가수들의 내한 공연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박송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J팝을 일부 팬층이 찾아 듣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숏폼이나 유튜브를 통해 일본 음악인지 모르고 먼저 노래를 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최근 몇년새 국내에서 밴드 음악에 대한관심이 커지면서 J밴드 음악에 대한 반응도 같이 오고 있는데, 일본 특유의 멜로디와 밴드 사운드가 젊은 세대 취향과 맞물려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국적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좋은 노래를 바로 찾아 듣는 소비가 자연스러워졌다”며 “이같은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국내 음악 소비의 경계가 상당히 허물어지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평론가는 “음악뿐 아니라 갸루나 일본 디저트가 화제를 모으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한국의 젊은이들이 전반적으로 일본의 동시대 문화와 과거 서브컬처를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