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얼티밋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재현(가운데)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얼티밋 그랜드슬램(ultimate grand slam). 야구팬에게도 생소한 용어다. 홈팀이 3점 차로 지고 있었을 때 터지는 끝내기 홈런을 말한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뿐 아니라 종주국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희소한 장면이다.
지난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KIA 타이거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3번째 얼티밋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주인공은 키움 백업 포수 김재현이었다. 9회 초 대수비로 교체 투입됐던 그는 소속팀이 4-7로 지고 있는 9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KIA 마무리 투수 이의리의 7구째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입단 15년 차 베테랑 김재현은 올 시즌 주전 김건희에게 밀려 1군에서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통산 홈런은 이 경기 전까지 7개에 불과했다. 그런 선수가 150㎞/h 후반 강속구를 뿌리며 후반기 가장 위력적인 클로저로 거듭난 이의리를 상대로 얼티밋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김재현의 서사와 맞물려 더 극적인 승부가 만들어졌다.
KBO리그에서 나온 첫 번째 얼티밋 그랜드슬램은 1995년이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 입단 4년 차 내야수 이동수(은퇴)였다. 그는 7월 2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당시 3년 차였던 '레전드' 구대성을 상대로 역전 만루포를 쳤다. 이동수는 그해 신인왕에 오르는 선수다.
2번째 기록은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내야수였던 김응국이 2002년 4월 10일 삼성 투수 김진웅(이상 은퇴)을 상대로 2-5에서 6-5 역전승을 만들며 해냈다.
2002년 역대 2호 얼티밋 그랜드슬램을 때려낸 김응국. IS포토1995년 1호 얼티밋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이동수. IS포토
150년 역사를 지닌 MLB에서는 총 35번 얼티밋 그랜드슬램이 나왔다. 최초 기록은 1881년 9월 10일 트로이 트로잔스 소속이었던 로저 코너가 세인트루이스 브라운 스타킹스전에서 해냈다. 코너의 이 기록은 19세기 유일한 만루포였다고.
MLB 레전드이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전에 투·타 겸업 아이콘이었던 베이브 루스는 1925년 9월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연장전에서 뉴욕 양키스 소속 최초이자 MLB 역대 2번째로 3점 차 지고 있는 상황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1956년 7월 26일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이었던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역대 최초로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지난 6월 11일 '코리안 빅리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동료 브라이스 엘드리지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개인 1호이자 구단 역대 2호로 이 기록을 해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MLB 레전드 요기 베라의 야구 격언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하는 기록이 바로 얼티밋 그랜드슬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