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을 가치로 내걸었으나 실상은 ‘즉흥 연출’이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가 조작·협찬 의혹에, 미흡한 대응까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지난 14, 20일 방송된 ‘나혼산’에서는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즉흥 여행기를 담았다. 제작진은 방송 내내 이번 에피소드가 ‘즉흥’이란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가장 큰 실수였다.
전현무가 카자흐스탄 공항에 도착해 단 4시간 만에 렌터카를 빌리는 모습 등을 두고 “계획된 여행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현무는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나, 카자흐스탄은 별도의 공증 절차를 거쳐야 현지 운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송 후 카자흐스탄 정부 홈페이지에 ‘나혼산’ 카자흐스탄 편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며 조작 의혹에 협찬 의혹까지 불거졌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조작’, ‘협찬’ 같은 의혹이 따라 붙는 것도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그 이후 MBC 측의 대응은 문제를 더 키웠다. 의혹이 불거진 25일 하루 종일 대응하지 않고 있다가 온라인상에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오후 6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그마저도 협찬 의혹은 아니라는 해명만 있을 뿐, 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전현무 씨의 카자흐스탄 여행은 방송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라며 뭉뚱그린 언급만 있을 뿐이었다.
본지는 26일 MBC 측에 수차례 연락해 ‘협찬이 아니라면 카자흐스탄 공식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글은 잘못된 정보인데, 이에 대한 조치는 진행되고 있느냐’, ‘전현무를 비롯해 제작진까지 출국 당일 즉흥적으로 항공편을 예약하고 여행이 진행된 건지’ 등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들을 추가적으로 문의했으나, 이날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7일이 되어서야 MBC 관계자는 “전현무 씨의 여행 자체는 즉응이었으나 제작진이 촬영을 위해 사전에 준비했던 과정이 있었다”고 계획된 촬영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에서 너무 즉흥인 점을 강조한 것 같다. 오해로부터 비롯된 일”이라고 “어쨌든 전현무 씨가 정말 즉흥 여행을 한 건 맞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간극을 이해해달라”고 되레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한 건 시청자가 아닌 제작진이 아닌가 싶다. 시청자는 애초 리얼리티 예능이라도 어느정도의 방향성과 계획, 사전 준비가 필요함을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즉흥’을 강조한 카자흐스탄 편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그 ‘즉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더욱 인위적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촌극이 빚어졌고, 시청자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가짜 즉흥’을 시청자가 눈감아 줄 것이란 제작진의 오만함과 즉흥을 쥐어짜낸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지, 시청자에게 ‘출연자와 제작진의 간극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할 문제가 아니다.
‘나혼산’은 대한민국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13년 첫방송을 해 10여년이 넘도록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시청자가 ‘나혼산’을 좋아한 건 스타들의 이면을 진정성을 담아 보여주는 데서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편에선 그런 진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연출된 리얼리티’를 들키는 순간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의 신뢰는 무너진다. 제작진은 ‘출연진과의 간극’을 핑계로 이해를 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리얼리티의 본질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받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