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사진=TASS 연합뉴스1일 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맡게 된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임시로 잡은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은 분석·전술가로 유명하다. 전술적 역량이 뒷받침되는 선수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모레노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레노 감독은 11월까지 한국의 A매치 6경기를 지휘한다.
모레노 감독은 분석관 출신이다. 2003년 축구 코치 자격증을 따고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2010년 FC바르셀로나 B 분석가로 프로 무대에 처음 뛰어들었다.
특히 그는 데이터 분석에 일가견이 있고, 상대 전술 분석도 잘하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이끌었던 팀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과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 소유권을 잃었을 때의 압박을 강조했다.
바르셀로나 시절 부스케츠와 대화를 나누는 모레노 코치의 모습. 사진=모레노 SNS 축구 전술 전문 매체 ‘토털 풋볼 애널리시스’는 2019년 모레노 감독이 AS 모나코(프랑스)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그의 전술을 상세히 분석했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팀이 다른 현재는 다른 전술과 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그의 축구를 엿볼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볼 소유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다만 단순히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기보다 선수들의 위치를 유연하게 바꾸며 공간과 수적 우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축구처럼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는 축구를 선호한다. 모레노 감독은 측면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를 바꾸고, 중앙 공격수들이 좁게 서면서 상대 수비를 안으로 끌어들인 뒤 풀백에게 측면 공간을 내주는 등 유연한 포지션 플레이를 추구했다.
전반적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공격 지역 여러 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애용했다.
이강인. 사진=연합뉴스 대표팀에서는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의 호흡에 단연 기대가 쏠린다. 이강인은 측면 공격수로 나서면 하프 스페이스로 움직여 동료 풀백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움직임을 자주 보였다. 그는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기회를 만들고,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침투 패스를 뿌리거나 정교한 왼발로 골문을 직접 타격하는 데 능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할 때부터 핵심으로 활약한 이강인이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맡을 게 유력해 보인다.
‘젊은 피’ 배준호(스토크 시티)도 모레노 감독 휘하에서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배준호는 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받은 뒤 몸을 돌려 전진하는 능력이 좋다. 위치를 고정하기보다 공간을 찾아 움직이고, 볼을 잡은 뒤 직접 전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레노 감독의 포지션 플레이와 맞닿아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 나선 배준호. 사진=KFA 모레노 감독은 지난 5월 라리가 팟캐스트에서 “선수들에게 ‘후방부터 구조를 만들되,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 있다’고 항상 말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수비수를 몇 명 두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방 빌드업도 중요하며 경기장 내에서 선수의 판단력도 좋아야 한다는 뜻을 담은 말이었다.
꾸준히 대표팀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한 황인범(FC포르투)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토털 풋볼 애널리시스는 과거 모레노 감독이 스페인 축구대표팀을 이끌었을 당시 로드리(FC바르셀로나)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모레노 감독이 이끈 스페인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왕왕 중앙이 아닌 측면 공간을 점유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드리가 상대 압박을 피하기 위해 빌드업 과정에서 중앙 지역을 비우고 측면으로 이동해 볼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김민재처럼 후방에서 전진 패스에 강점이 있는 센터백의 역할도 중요해질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이 후방에서부터 수적 우위를 만들며 빌드업하는 축구를 구사한다면, 김민재 역시 공격 전개의 출발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