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버 박위 SNS 한 사람은 같은 사건 안에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강자일 수 있다. 유튜버 박위를 둘러싼 논란을 단순히 ‘장애인을 향해 싸늘해진 사회’로만 해석하면 사건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박위는 KTX에서 휠체어를 타고 하차하던 중 이동식 경사로에서 넘어졌다. 휠체어 바퀴가 경사로를 고정하던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걸리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작은 실수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박위는 이후 당시 CCTV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과 유사 사고의 예방을 위한 문제 제기라는 취지였다.
일각에서는 박위의 CCTV 열람과 공개에 법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사실을 전제로 하면, 사고 당사자인 박위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신이 촬영된 CCTV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제공받은 것 자체는 형사적으로 크게 문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동행해야만 CCTV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열람권과 공개권은 별개의 문제다. 얼굴을 가렸더라도 근무 장소와 시점, 복장과 직무 등을 통해 사회복무요원이 식별될 수 있었다면 초상권이나 인격권, 명예훼손 문제가 제기될 여지는 있다. 반대로 충분한 비식별 조치가 이뤄졌고 특정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 철도 승하차 안전이라는 공익적 문제 제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재 알려진 사정만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형사책임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명백한 범죄라고 보기 이르고, 실제 피해를 당한것도 사실인데 왜 이토록 거센 비난을 불러왔을까.
박위는 수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관점으로 사건을 설명하고, 사고의 원인을 지목하며, 여론의 판단을 이끌 수 있는 영향력자가 됐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은 자신의 입장을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설명할 통로가 없는 개인이었다. 장애는 사고 당시 박위의 취약성을 설명하지만, 영상 공개 이후의 권력관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늘날 권력은 직책이나 재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은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지, 누가 사건의 장면을 선택하고 해석할 수 있는지, 누가 타인의 평판과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권력의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은 개인의 일기장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다.
대중은 사회복무요원의 행동에서는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실수를 봤다.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 행사된 힘이 필요하고 비례적이었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진 것이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결이 아니다. 거대한 확성기를 가진 사람과 그 앞에서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사람 사이의 문제다. 박위가 비장애인이었더라도,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명인이 현장 말단 근무자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면 비슷한 비판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가가 아니다. 각각의 순간에 누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힘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다.
약자는 하나의 신분이 아니다.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위치다. 정의는 약자의 편을 미리 정해 놓는 일이 아니라, 매 순간 누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 힘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큰 절제와 책임을 요구하는 일이다.
노종언 변호사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