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을 마친 뒤 곽빈(27·두산 베어스)은 '국내 투수의 자존심'이라는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오히려 안우진(27·키움 히어로즈)의 이름을 꺼냈다.
"혹시 전날(22일) 우진이가 던지는 영상을 보셨나"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은 그는 "최근 분위기도 좋고 타선도 강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정말 잘 던졌다"며 안우진을 치켜세웠다. 지난 22일 고척 KIA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 안우진은 7이닝 4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록했다. 이는 안우진이 올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한 경기였다.
곽빈의 말을 전해주자 안우진도 웃으며 화답했다. 안우진은 "지금 (곽)빈이 성적이 말해주지 않냐"며 "나도 빈이 경기를 챙겨보면서 건강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저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빈이는 꾸준히 좋은 피칭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본지와 만난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고척=김수민 기자지난 23일 경기가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난 곽빈. 잠실=김수민 기자 안우진과 곽빈은 1999년생 동갑내기다. 안우진은 서울강남초-이수중-휘문고, 곽빈은 서울학동초-자양중-배명고를 거쳤다. 둘 다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초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지금도 자주 연락하며 서로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다. 안우진은 "빈이와는 공 던지는 것에 대해 서로 얘기를 많이 한다. 빈이가 커브를 물어봐서 커브 그립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로를 치켜세우느라 바쁜 둘이지만, 둘 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투수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지난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한 곽빈. 두산 제공
올해 곽빈은 투수 3관왕을 노릴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26일 기준 평균자책점(ERA) 2.33, 탈삼진 161개로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다. 다승(10승)에서도 선두권(12승)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특히 압도적인 구위와 성적을 앞세워 리그를 지배하는 모습은 2022년 안우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안우진은 ERA 2.11과 탈삼진 224개로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고척 KIA전에서는 7이닝 4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안우진. 키움 제공 안우진도 마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8월 2경기에서 ERA 1.50로 잘 던졌다. 지난 22일 고척 KIA전은 목 담 증세로 휴식을 취한 뒤 열흘 만에 마운드에 오른 경기였지만, 최근 상승세를 탄 KIA 타선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올 시즌 안우진은 ERA 3.39, 3승 6패로 과거와 같은 빼어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군 복무와 팔꿈치·어깨 수술을 거친 뒤 약 3년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한 첫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곽빈 역시 "올해 우진이의 모습을 놓고 평가하면 안 된다. 3년을 쉬고 왔는데 이렇게 던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며 강조했다.
한때 리그를 평정했던 그리고 리그를 평정할 안우진과 이제 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곽빈. KBO리그의 현재이자 미래인 동갑내기 친구는 서로의 투구를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