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준호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여러 직함을 내려놓고 보면 저는 결국 코미디를 사랑하는 개그맨입니다.”
‘예비 아버지’이기 전에 ‘개그맨의 아버지’다웠다. 올해로 14년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개그맨 김준호가 축제를 넘어 후학 양성에 대한 뜻을 밝혔다.
김준호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무대에 서서 웃음을 드리는 것도 행복하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보다 후배들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더 큰 판을 만드는 일에 더욱 욕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막을 올린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은 부산 시민들과 글로벌 코미디 팬들의 열렬한 관심 가운데, 오는 30일 폐막식을 기다리고 있다.
‘부코페’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 코미디페스티벌이자, 지금은 최대 규모에 이르렀지만 1회 개최 당시만 해도 김준호의 사비가 투입될 정도로 소규모 행사였다. 김준호는 “갓 태어난 아이가 중학생이 된 것 같아 감회가 무척 새롭다”며 “당시엔 축제를 지속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를 이뤘다. 이젠 부산에 코미디 전용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부코페’의 주제는 ‘레전드의 귀환’으로, 여느 회보다 선후배 코미디언이 끈끈하게 뭉쳐 한국 코미디가 걸어온 길부터 현주소를 확인시키는 공연이 많았다. 구봉서 탄생 100주년 특별기획과 데뷔 30주년을 맞은 박준형을 주축으로 인기코너 주역이 쏟아진 ‘갈갈이 개그콘서트: 레전드의 귀환’은 물론, 유튜브와 숏폼 등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공연팀들의 오프라인 공연도 아울렀다.
김준호는 “최근 코미디는 특정 방송이나 형식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세대와 활동 영역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 코미디의 저력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 올해 부코페만의 차별점”이라고 짚었다.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의 故전유성 추모영상(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무엇보다 ‘부코페’의 명예위원장이자 코미디계 거목이었던 고(故) 전유성이 떠난 뒤 첫 축제였다. 고인과 생전 연이 깊었던 이홍렬과 후배이자 제자들인 김신영, 신봉선, 개그팀 졸탄(이재형·한현민·정진욱)이 먼저 아이디어 제안을 준 헌정 공연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도 지난 22일 열렸다.
김준호도 당일 김대희와 함께 객석을 찾았다가 출연자인 신봉선의 부름에 깜짝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전유성 선생님은 평생 수많은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으로 새로운 코미디를 개척하고, 후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셨다.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선생님을 추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 자유롭게 도전할 기회를 계속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물론 선생님의 빈자리가 큰 만큼 부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담을 무겁게만 받아들이기보다는, 선생님이 남겨주신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김준호, 신봉선, 김대희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실제로 ‘부코페’는 단순 축제 이상으로 2024년부터 부산 지역 대학과 연계해 코미디 인재를 교육하고 있다. 올해 수강생들은 ‘부코페’의 ‘코미디 스트리트’ 공연을 통해 실력을 펼쳤다. 신인을 키우고, 무대를 만들어 국내 코미디 ‘판’을 성장시키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김준호는 “‘부코페’가 신인들에게는 처음 이름을 알리는 무대가 되고,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는 코미디언들에게는 마음껏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개그맨 김준호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매년 ‘부코페’ 준비와 더불어 고정 방송 스케줄과 최근엔 예비 아빠로서 아내 김지민도 살뜰하게 챙기고 있는 김준호.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묻자 “코미디에 대한 열정과 관객의 웃음”을 꼽았다.
그는 “방송이든 ‘부코페’든 더 좋은 코미디를 선보이고, 코미디언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가 계속 달려가는 이유”라며 “힘들 때도 있지만, 코미디에 대한 애정과 관객들의 웃음 덕분에 다시 무대로 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더 많은 후배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판을 넓히는 것, 그것이 지금 ‘개그맨 김준호’가 이어가고 싶은 가장 큰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