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두산 베어스전 잠실 원정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 경기 전 만난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로 예고된 박세웅(31) 투구 예상에 대해 "5이닝 이상 막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닝 소화 능력은 이미 상수(常數)로 둬도 충분한 선발 투수라는 의미였다. 올 시즌 투구 기복이 있어 타선 상대로 몇 점을 내주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였지만, 5이닝 이상 맡길 수 있는 투수라는 인식도 내포된 반응이었다.
박세웅은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6회 흔들리며 만루를 자초했고, 구원 투수가 '싹쓸이' 안타를 맞아 실점이 늘었지만, 이 경기도 그는 6회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패전에 가려졌지만, 이날 박세웅은 개인 통산 1600이닝(총 1604⅓)을 돌파했다. KBO리그 역대 29번째 기록이자, 현역 선수로는 '21세기 대표 좌완 트로이카'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 랜더스) 류현진(한화 이글스)에 이어 4번째다. 류현진은 1987년생, 양현종과 김광현은 1988년생이다.
박세웅은 1군 무대 3년 차였던 2017시즌, 전반기에만 9승을 거뒀다. 하지만 후반기 승수 추가가 더뎠고, 심리적으로도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당시 선발진 다른 투수들이었던 선배 송승준(은퇴)과 박진형 그리고 외국인 선수 브룩스 레일리로부터 선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닝 소화'라는 조언을 들었다.
이후 박세웅은 이닝 소화가 가장 중요했다. 부상을 다스린 뒤 풀타임을 소화한 2020시즌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140이닝 이상 막아냈다.
박세웅은 자이언츠 투수 최다 이닝에 다가서고 있다. KT 위즈 소속이었던 2015시즌 21이닝을 제외하면, 롯데 소속으로 1583⅓이닝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 이 부문 3위(1645⅔)이자 자신에게 귀감이 된 송승준을 넘을 전망이다.
평균 140이닝 이상 소화한다는 가정 아래 롯데와 계약 기간 내 이 부문 2위 염종석(1791⅓)도 무난히 넘을 수 있다. 염종석은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투수이자, 그해 신인왕을 받은 선수다. 현재 동의과학대 감독이다. '무쇠팔' 故 최동원부터 이어진 '안경 에이스' 계보를 잇고, 박세웅에게 이어준 투수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완투왕' 윤학길(은퇴)이다. 기록은 1863⅔이닝. 이 기록 역시 박세웅이 부상 없이 평균 수준으로 단일시즌 이닝을 소화한다면,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올 시즌 박세웅은 4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승운도 없었지만, 스스로 무너진 등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박세웅이라는 투수를 평가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게 바로 이닝 소화 능력이다. 그렇게 그는 자이언츠 구단의 새 역사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