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쩌겠어. 해야지.'
소형준(25·KT 위즈)의 비결은 담담함이었다.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에 집중했고, 결국 45일 만에 다시 승리를 맛봤다.
소형준은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3패)을 거뒀다. 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커터, 커브, 체인지업, 스위퍼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며 SSG 타선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85구를 던지는 동안 투구 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가장 많은 공을 던진 1회에도 17구에 그쳤고, 1회와 3회를 제외한 5개 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막았다.
소형준이 승리를 거둔 것은 지난 7월 2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6과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뒤 한동안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지난달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을 떠안았고, 25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날도 초반부터 위기가 있었다. 1회 1사 후 박성한과 에레디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재환과 전의산을 잇달아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넘겼다. 2회에는 삼자범퇴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3회에는 선두타자 안재연과 정준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박성한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이날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지만, 이어 에레디아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에는 더욱 안정적이었다. 4회와 5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막았고, 6회에는 수비에서도 집중력을 보여줬다. 1사 후 박성한의 머리 위로 날아간 타구를 직접 잡아낸 뒤 1루로 송구했고, 에레디아의 타구가 자신을 향하자 침착하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은 김재환을 뜬공, 전의산을 삼진, 조형우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마지막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내며 14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간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경기 후 소형준은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던졌는데, 그 부분이 잘 이어져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특히 효과를 본 구종은 체인지업이었다. 85구 가운데 20구를 체인지업으로 채웠고, 1회부터 7회까지 꾸준히 활용했다. 소형준은 "오늘 체인지업이 적재적소에 잘 들어갔던 부분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45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된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다. 소형준은 "경기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저 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 투수들에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 동기부여도 떨어지고 힘든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뭐, 어쩌겠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준비했던 게 이렇게 또 45일 만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수민 기자 bysum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