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이저세븐이엔엠 제공) 지난 4일, 국내 유일의 음악산업 전문 콘퍼런스인 ‘2026 MWM(Moving the World with Music) 콘퍼런스’가 개최됐습니다.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KPIA, 회장 우승현)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윤지)의 글로벌 뮤직 마켓 ‘뮤콘(MU:CON) 2026’과 연계해 열린 이번 행사는, 글로벌 K팝 기획사 및 전 세계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음악산업의 역할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 음악산업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하이브 최선 크리에이티브 스태프 오피스 리더와 텐센트 뮤직 도라 진(Dora Jin) 비즈니스 총괄 등 글로벌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해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2023년부터 4년간 AI가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다뤄온 MWM 콘퍼런스는, 올해 AI 생성 음악의 급증에 따른 창작자 권리 보호와 정책 마련의 시급성을 반영해 논의 비중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특히 콘퍼런스의 피날레로 ‘AI 워킹그룹: 법적 쟁점과 플랫폼 유통·수익구조 대응 전략’ 토론회를 마련함으로써 AI로 인한 전 세계적인 시장 변화 속에서 콘텐츠 산업이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했습니다.
김현숙 디지털지식재산연구소 소장이 모더레이터를 맡은 이 토론회에는, 음원·음반 유통과 VIBE 운영대행, 인디 유통 플랫폼 ‘믹스테이프’를 총괄하는 YG PLUS(YGP) 김인호 음악사업 부문 리더, 가수 이승윤·이무진·한로로 등이 소속된 마운드미디어의 유통 레이블 ‘포크라노스’ 운영 및 IP 실무를 담당하는 마운드미디어 이유겸 유통IP부문 대표, 그리고 KPIA 김종우 정책국장과 함께 필자도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뤘던 핵심 논의, 즉 이미 음악산업에 깊숙이 들어온 AI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작과 유통, 콘텐츠 활용, 정책적 시각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AI 워킹그룹: 법적 쟁점부터 유통·수익구조 대응 전략까지
첫 번째 질문은 디저(Deezer)의 발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업로드되는 음악 중 절반이 넘는 약 9만 곡이 완벽한 AI 생성 곡이지만 전체 스트리밍 비중은 1~3%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AI 음원 스트림의 85%는 사기성(어뷰징)으로 탐지돼 수익화가 차단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였습니다. 이에 대해 김인호 YGP 부문 리더는 우선 “순수 레이블과 아티스트, 그리고 진짜 창작자를 위해 전 세계에 음반을 유통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YGP 유통사업의 본질이자 철학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자체 솔루션을 도입해 YGP의 ‘믹스테이프’ 플랫폼에 인입된 음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AI 음악, 어뷰징 목적의 음원으로 확인됐고, 이에 따라 단순 생성된 이른바 ‘딸깍 음악’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정책을 적용하여 옵트인 방식으로 반려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부수적으로 AI를 활용한 음악에 대해서는 아티스트나 레이블에 실제 레코딩 비용 영수증 또는 시퀀싱 프로그램의 영상, 라이브 영상 등의 입증 자료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유통을 승인하고 있지만 실제 입증 자료를 제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리더는 AI 음악의 청취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존 창작자와 아티스트의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만큼, AI 음악의 지분율을 반영한 비례 정산과 인별 정산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회가 마련하는 논의의 장을 통해 새로운 수익 배분 원칙에 대한 이해관계자들 및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두 번째 패널로 나선 마운드미디어 이유겸 유통 IP 부문 대표는 먼저 레이블이나 기획사에서 활용하는 AI와 생성형 음원을 만들어내는 AI 활용은 다른 영역이라고 전제했습니다. 이 대표는 소속 가수 이승윤, 이무진, 한로로 등을 언급하며, 실제 연주와 직접 가사를 써야 하는 음악적 특성상 AI가 주도하는 음악 제작 방식은 마운드미디어의 제작방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편곡 과정에서 방향성을 논의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영상 제작 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특수 효과 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AI를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유통사로서 이 대표는 생성형 음원을 만들어 유통하려는 제작자를 ‘생성자’라 칭하며, 음악 제작 능력은 부족하지만 수익을 기대하고 일종의 ‘치트키’를 쓰는 공격적 시도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명확한 권리관계에 대한 무결성과 정산의 정확성이 필요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어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어디까지를 AI를 활용한 창작으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생성형 음원으로 규정할지 경계가 모호하며, ‘고생해서 한 창작’과 ‘치트키로 생성한 행위’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어떤 프롬프트를 어떻게 조합했는지 역시 ‘노력’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파격적인 의견과 함께, 향후 프롬프트 자체에 대한 권리와 저작권 인정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김종우 국장은 AI가 새로운 창작 도구로서 지닌 긍정적 측면과 함께, 저작권자와 인접권자의 권리 침해가 불가피한 구조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는 AI 학습 단계부터 다양한 분야의 저작인접권과 데이터셋에 대한 보상 및 권리 보호가 필요하며, 아티스트의 초상이나 음성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부분에 대한 ‘퍼블리시티권’ 보호 강화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유겸 대표는 토론회가 끝난 이후, 생성자가 AI로 음원을 제작할 때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나 ‘어떤 가수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AI 보컬을 생성했는지’를 명확히 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별도로 전해왔습니다.
◇ 불확실성의 시대, 토론과 집단지성으로 찾는 콘텐츠 산업의 길
필자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AI 음악 도입을 희망하면서도 예측하기 힘든 법적 위험 때문에 누구도 선뜻 첫 번째 ‘독박’을 쓰지 않으려는 제작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AI 음악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에 궁여지책이지만 제작진이 직접 ‘딸깍’ 행위를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책임 소재 리스크를 피하고, 계약서 내 면책 및 보증 조항을 강화할 것을 조언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혼란스러운 현장 속에서 콘텐츠 산업의 속도에 비해 제도 정비의 시계가 너무 더디게 흘러간다면, 결국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피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더레이터를 맡은 디지털지식재산연구소 김현숙 소장은 현재 AI로 제작된 생성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는 국가는 없으며, 전 세계가 동일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법률적인 답은 없는 현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어 AI 생성물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리자인 척하다가 추후 분쟁이나 소송이 발생할 경우 법적 증명이 요구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때 가서 ‘AI로 만들었다’고 강변하면 처벌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순한 민망함을 넘어 윤리적 문제 및 업계 퇴출이라는 치명적인 결과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10년 전, 인류와 AI의 첫 대결이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당시, 2연패를 당한 통한의 밤에도 이세돌 9단은 낙담하기보다 동료 기사들과 복기하며 대책을 강구했습니다. 그 결과 4국에서 인간이 AI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는 역사를 썼습니다. 이번 2026 MWM 콘퍼런스는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고민에 빠진 AI 시대의 저작권 문제 역시, 서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인류의 집단지성을 통해 또 한번 이 거대한 파고를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그려본 시간이었습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김지욱 저작권썰.zip](57) 방송 포맷은 아이디어인가 표현인가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ㅈ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