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8.03/
가히 한국이 사랑하는 감독답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오디세이’로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탄생시키며 ‘쌍천만 감독’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관객이 놀란 감독과 그의 작품에 보내온 견고한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오디세이’는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1002만 8001만명을 동원하며 1000만 돌파에 성공했다. 개봉 33일째 성과로, ‘인터스텔라’(2014)를 잇는 놀란 감독의 두 번째 ‘천만 영화’다.
영화가 1000만 고지를 넘어선 데에는 직관적인 서사와 교육적 가치, 특수관 중심의 관람 열풍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흥행의 출발점인 초기 관객 확보에는 놀란 감독과 그의 작품을 향한 국내 관객의 높은 신뢰가 주효했다.
한국은 놀란 감독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둬온 시장이다. 앞서 그는 전작 ‘인터스텔라’, ‘덩케르크’(2017), ‘테넷’(2020), ‘오펜하이머’(2023) 등으로 국내에서 누적 3600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개봉 당시 1038만명을 동원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이들 작품을 통해 놀란 감독은 영화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연출력을 증명했다. 매 작품 거대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영상미, 사운드를 통해 극장이란 공간의 물리적 체험을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정교한 설계로 복잡한 서사와 개념을 명료하게 구현했다. 특히 1회차 관람으로는 읽히지 않는 이야기의 층위와 디테일이 더해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즐기는 한국 관객의 지적 호기심과 재관람 욕구를 자극했다.
한국 관객의 꾸준한 관심에 놀란 감독 역시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오디세이’ 개봉을 앞둔 지난달 3일에는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내한해 기자회견과 각종 방송,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소화하며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당시 놀란 감독은 “한국 관객이 내 영화를 사랑해 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터스텔라’ 때부터 정말 오랫동안 한국에 오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영화를 가지고 오고 싶었다”며 “내가 만든 영화를 다른 나라의 관객이 좋아해 주는 건 신기하고 기쁜 일이다. 그래서 꼭 한국에 와서 내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유니버설픽쳐스 제공
놀란 감독과 한국 관객 사이의 이러한 유대감은 예매로 직결됐다. ‘오디세이’는 개봉일인 지난달 5일 29만 100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터스텔라’(오프닝 스코어 22만 7025명)를 제치고 놀란 감독 역대 최고 오프닝스코어를 경신했다. 이후 영화는 개봉 4일째 100만, 10일째 300만, 13일째 500만, 19일째 700만, 27일째 900만 관객을 차례로 넘기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한국 관객의 충성도는 글로벌 매출 지표에서도 두드러진다. ‘오디세이’(6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는 북미를 제외한 총 73개국에서 10억 4256만달러(약 1조 4069억원)의 극장 수입을 냈다. 이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로, 영국, 프랑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아시아권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등을 포함한 APAC 지역 최고 수입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 관객은 놀란 감독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굉장히 높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스타성이 아닌, 작품에 대한 신뢰”라며 “티켓값이 2만원에 육박하는 시대인 만큼 관객에게 극장에 갈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걸 만들어주는 감독이 놀란”이라고 평했다.
이어 “특히 놀란 감독은 어떠한 이야기를 다룰 때 그것이 과거의 이야기든 슈퍼 히어로 이야기든, 혹은 사이파이(SF)든 현실을 놓지 않는다”며 “이번 ‘오디세이’ 역시 고전을 원작으로 하지만, 전쟁이 문명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동시대적 해석을 남긴다. 더욱이 그 해석이 어렵지 않다 보니 관객 접근성이 좋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