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J케이 숲 라이브 스트리밍 캡처 최근 인터넷방송인 과즙세연과 연인인BJ 케이가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제를 불법 복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과즙세연은 “오빠의 약을 먹었고 이후 응급실을 찾는 과정에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고 해명했다. 케이에게는 지인을 통해 수면제를 대신 처방받아 복용한 혐의도 제기돼 있다. 아직 수사 중인 만큼 구체적인 경위와 형사책임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현재 확인된 것은 타인에게 처방된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뒤 응급실에 이송됐다는 사실이다.
“마약을 한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의 수면제를 먹었을 뿐”이라는 해명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졸피뎀과 같은 수면제는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서 한 알씩 나눠 먹을 수 있는 일반적인 약이 아니다. 의사의 진찰과 처방을 받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때에만 허용되는 마약류다.
대법원도 자신에게 처방된 졸피뎀을 다른 사람에게 먹이거나 그 사람의 복용을 위해 제공하는 행위는 허용된 의료 목적의 사용이 아니라 마약류관리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분명히 했다. 돈을 받고 판매해야만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연인에게 건네거나 친구에게 몇 알 나눠주는 행위도‘제공’이나 ‘수수’가 될 수 있고, 받은 사람 역시 불법 사용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 사이에서는 디에타민, 이른바 ‘나비약’을 친구끼리 나눠 먹거나 SNS에서 사고파는 일이 사회문제가 됐다. 디에타민은 나비 모양의 알약으로 알려진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다. 병원에서 다이어트약으로 처방되지만 엄연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2022년에는 나비약을 불법으로 판매하거나 구매한 59명이 적발됐는데, 구매자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이었고 15세 중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2023년에는 SNS를 통해 나비약을 거래한 102명이 적발됐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10대였다. 처방받고 남은 약을 친구에게 건네거나 한 알에 수천 원씩 되파는 과정에서 평범한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약류 사범이 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의료용 향정이 불법 마약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가깝다는 데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았고 약국에서 구입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좋다며 친구에게 권하고, 남은 약을 버리기 아까워 다른 사람에게 준다. 그러나 처방받은 환자에게는 치료제인 약도 다른 사람의 손으로 건너가는 순간 불법 마약류가 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다이어트약을 나눠 먹거나 남은 약을 인터넷에 판매하다가 수사를 받는 사례가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처방과 조제 내역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산망은 약이 어느 환자에게 나갔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약이 가정에서 남아 있는지, 연인이나 친구에게 건너갔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제대로 사용하면 필요한 치료제다. 따라서 무조건 처방을 막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반복·중복 처방에 대한 확인을 강화하고, 남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를 약국에서 쉽게 반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청소년에게도 필로폰만 마약이 아니라 디에타민과 졸피뎀 역시 마약류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처벌만 엄격한 사회가 아니라, 약이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기 전에 위험을 알려주고 막아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노종언 변호사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