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낭만' 야구를 실현했다.
2026 KBO리그 정규시즌 1위 KT 위즈는 13일 홈 구장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소형준이 6회까지 상대 타선을 2실점으로 막아냈고, KT 타선은 그가 마운드 위에 있을 때 5점을 지원했다. 불펜진은 리드를 지켜냈다. KT는 6연승을 거뒀고, 시즌 75승 3무 46패를 기록하며 리그 1위를 지켰다. 이날 LG 트윈스전에서 패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이 경기는 KT에서 8년 동안 뛰었던 황재균의 공식 은퇴식이 있었던 날이다. KBO리그는 은퇴식을 치르는 선수를 특별 엔트리에 넣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실제 경기에 나서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선발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린 뒤 바로 교체된다.
황재균은 이날 장발이었던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경기 전부터 친정팀 KT 선수들과 훈련했다. 이강철 감독은 그런 황재균을 향해 "은퇴하지 말고 오른손 대타로 계속 뛰어라"라고 한 시즌 가까이 생긴 공백기에도 좋은 타격을 보여준 후배를 치켜세웠다.
황재균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글러브와 야구공을 만져봤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 현역 때보다 러닝을 잘할 수 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KT가 5연승이고, 1위에 올라 있기 때문에 내가 시합에 나가는 것보다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KT를 향한 배려였다.
경기 중 중계방송 카메라를 통해 황재균의 모습이 종종 잡혔다. KT 승리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출전 기회를 바라는 오묘한 감정이 전해졌다.
KT는 3-0으로 앞선 5회 초, 소형준이 2실점하며 1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어진 공격에서 샘 힐리어드가 투런홈런을 치며 다시 3점 차로 달아났다.
6회 말, 이강철 감독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9번 타자 권동진 타석에 황재균을 대타로 넣었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가 1경기에 불과하고, 야구는 아웃카운트 1개에 큰 변수가 만들어 질 수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과 KT는 황재균을 예우했다. 그는 KT가 통합 우승을 해낸 2021년 캡틴이었다.
황재균은 큰 함성 속에 타석에 섰고, 투수 이영재를 상대했다. 실전에서 타석에 선 건, 지난해 10월 3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 마지막이었다.
황재균은 초구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헛스윙했고, 2구째 같은 구종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자 골라냈다. 3구째는 파울. 그리고 4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했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더그아웃을 향한 황재균. 끝은 아니었다. 이어진 7회 초 수비에서 황재균이 3루수로 나선 것. 원래 주인인 허경민은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타석보다 더 어려운 수비. KT는 투수 손동현이 타자 한태양에게 초구를 던진 뒤 다시 황재균을 장준원과 교체했다. 배려 받은 황재균은 허경민 등 후배들에 이어 1루를 지키고 있었던 동기 김현수와 뜨겁게 포옹을 나눈 뒤 그라운드에서의 자신의 플레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원래 이 은퇴 행사는 지난달 8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리그 전체가 '폭염 브레이크'에 돌입하며 연기됐다. KT 입장에서는 1위 경쟁에 집중해야 할 시기였지만, KBO리그를 빛낸 선수이자, 우승 캡틴인 황재균을 배려하는 선택을 보여줬다.
이날 KT는 롯데를 5-2로 꺾었다. 낭만 야구로 실현했고, 승리도 챙겼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