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싱글의 마스터 음원이 음악 레이블 A&R팀의 스피커를 통해 흐른다. 가사는 전속 작사가가 썼다. 작곡가는 생성형 AI 도구가 제시한 수십 개의 멜로디 루프 중 하나를 고른 뒤 후렴구 가락을 미세하게 수정했고, 음악 프로듀서는 AI 기반 악기 트랙을 재배치해 편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트랙의 중심인 보컬에는 유명 가수의 음색을 학습시켜 구현한 합성 음성이 입혀졌다. 과거라면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원의 완성도나 상업적 매력만을 논했을 발매 심의 회의실 분위기는 사뭇 냉랭하다. 음악 감상을 마친 뒤 정적을 깨고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사운드의 매력도가 아닌, 서류상의 권리다.
“이 곡의 작사·작곡 지분은 누구의 이름으로 귀속되는가.”
“이 목소리와 실연에 대한 권리는 누구의 허락을 거쳤는가.”
전통적인 음악산업 구조에서 한 곡의 마스터 음원에는 작사가·작곡가의 음악저작권, 가창자·연주자의 저작인접권, 그리고 자본 투입과 기획을 주도한 음반제작자의 권리가 촘촘하게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제작 과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AI 기술 개발사,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원작권자, 그리고 복제·합성된 목소리의 실존 아티스트까지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자가 권리 방정식 위에 추가됐다. 이제 질문은 “단순히 누가 AI 음악의 소유자인가”라는 추상적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제작 단계마다 어떠한 권리가 발생했고, 누구의 허락이 누락됐는지를 법적·산업적 실무 관점에서 명확히 검증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혼란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는 AI를 단순한 ‘창작 보조 도구’로 활용했는지, 아니면 AI가 ‘주요 표현의 생성 주체’로 작용했는지를 명확히 구별하는 일이다. 음향 노이즈 제거, 보컬 오토튠, 마스터링 알고리즘 보조 등은 기존에도 사용돼 온 테크놀로지로서 창작자의 미학적 판단을 지원할 뿐 저작권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다. 반면 멜로디, 가사, 메인 보컬 트랙 자체를 알고리즘이 직접 생성해 낸 경우라면 이야기의 속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두 가지 비대칭적 방식을 ‘AI 음악’이라는 단 하나의 포괄적 명사로 묶어서는 어떠한 제도적·산업적 해법도 도출할 수 없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가이드라인 역시 이러한 ‘인간의 실질적 기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5년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부재한 AI 산출물과, 사람이 직접 수정·선택·배열해 창작성을 더한 AI 활용 저작물을 엄격히 구분하며 등록 범위 또한 인간이 직접 창작한 부분에 한정한다. 미국 저작권청 역시 2025년 발표한 AI 저작권 보고서를 통해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는 생성된 결과물을 인간이 충분히 통제하거나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결국 저작물성 판단의 핵심 축은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 최종 음악으로 귀결된 인간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표현 방식이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무방식주의를 따르지만, 음악산업 생태계에서 이를 누구의 이름으로 등록하고 관리할 것인가는 저작권료 징수 및 분배라는 현실적 수입과 직결된다. 최근 국내 음악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인간이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AI 활용 음악의 신탁 등록 기준을 마련해 2026년 8월 3일부터 시행했으나, 사회적 합의와 추가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행 22일 만에 해당 개정 규정을 전격 철회하고 기존 등록 건까지 취소 절차에 들어간 사례는 현재 시장이 겪고 있는 진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적 유보와 철회 파동이 AI 음악의 상업적 발매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인간의 기여를 인정한다는 원칙론과, 이를 실제 저작권 신탁 행정과 정산 분배에 적용하는 세부 기준 사이의 거대한 미합의 영역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AI가 제안한 후렴구를 작곡가가 고쳐 썼다면 창작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그 기여도를 지분율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별도의 세심한 판단을 요구한다. 따라서 음악 레이블과 A&R 담당자는 단순히 누가 생성 버튼을 눌렀는가가 아니라, 가사 작성, 멜로디 수정, 트랙의 선별 및 레이어링, 편집과 마스터링 단계에서 인간의 구체적 의사결정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크레디트와 저작권 지분은 단순한 이름 나열이 아닌 창작 기여와 수익 배분의 법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한편, 완성된 음원 결과물의 저작물성과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의 데이터 적법성은 명확히 분리하여 접근해야 하는 별개의 쟁점이다. 사람이 AI의 산출물을 다듬어 저작물성을 인정받는다 할지라도, 해당 AI 모델이 어떤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는가는 또 다른 법적 책임의 영역이다. 거꾸로 AI 생성물 자체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 복제·학습했다면 엄연한 권리 침해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완성된 음원과 모델의 학습 경로에는 각기 다른 허락과 책임이 따르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2월 발간한 ‘AI 저작권 공정이용 안내서’ 역시 AI 학습용 데이터 이용을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일률적 금지로 단정 짓지 않는다.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 이용된 부분의 비중과 유효성,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음악 시장의 잠재적 가치와 거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음악 레이블은 AI 솔루션을 도입할 때 단순한 생성 음질이나 연산 속도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학습 자료의 이용 기준, 상업적 이용 조건, 그리고 향후 권리 침해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보상 및 대응 절차가 마련돼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의 고민은 기존 저작권 법리만으로 모두 포섭하기 어려운 인격권과 부정경쟁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AI 보컬 합성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가수의 고유한 목소리 톤이나 음색까지 손쉽게 복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음색 그 자체는 일반적으로 저작권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과 구별되지만, 그 목소리가 담긴 고유한 실연 음원과 음반에는 별도의 저작인접권이 발생한다. 나아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특정인의 음성을 무단 모사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타인의 성과나 식별표지를 무단 사용하는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합성 보컬을 사용할 때는 음원 파일의 출처뿐만 아니라 특정 아티스트의 음성을 모사할 수 있는 정당한 허락까지 확인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논의와 더불어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 역시 별도의 유통 기준을 세우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2025년부터 당사자의 허락 없는 AI 음성 모사 트랙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플랫폼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반복 업로드와 조작적 유통을 추천 알고리즘에서 걸러내는 방침을 확립했다. 나아가 AI가 보컬, 연주, 후반 작업 중 어느 단계에 사용됐는지를 디지털 메타데이터 표준인 DDEX 규격에 따라 명확히 표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제 저작권 법원의 판결 이전에, 플랫폼의 유통 승인과 추천 제외, 정보 표시 여부가 시장 진입을 결정짓는 실질적인 1차 관문이 됐다.
결국 기존의 작사·작곡 지분, 실연 계약, 샘플 이용 허락, 음반제작자의 권리에 더해 ‘AI 이용 내역’ 역시 발매 심사의 필수 체크리스트가 되고 있다. 레이블은 사용한 AI 도구와 모델, 상업적 이용 조건, 입력한 음원과 보컬의 출처, 합성 음성에 대한 정당한 동의 여부를 체계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권리 분쟁의 책임 소재도 제작·유통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실무적 덕목은 제작 이력의 표준화와 문서화다. 프롬프트 활용 내역, 변형 및 재창작 로그, 직접 작성한 메인 멜로디 트랙의 멀티 스템 파일, 수정 이력을 차곡차곡 남겨야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파일과 수정 기록은 향후 발생할지 모를 지분 분쟁이나 권리 소송에서 창작 기여도와 이용허락의 범위를 입증하는 유일한 방어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메타데이터는 더 이상 발매 뒤에 덧붙이는 부속 정보가 아니라 권리 확인의 출발점이다.
AI 이용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음악 소비자와의 신뢰 형성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사람의 실제 실연인지 합성 음성인지, 어떤 창작자가 참여했고 기술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어야 청취자 역시 음악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투명한 크레디트는 기술 사용에 대한 경고문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의 역할을 정직하게 밝히는 신뢰의 보증서다.
다시 발매 회의실의 테이블로 시선을 돌려보자. 오디오 플레이어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 너머로 긴 침묵이 흐른다. 화면 위에는 무수한 트랙과 화려한 사운드 믹싱 결과물이 열려 있지만, 담당자들의 손끝은 선뜻 ‘최종 승인’ 버튼으로 향하지 못한다.
AI 음악의 권리는 완성된 음원 파일 안에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권리의 범위는 마지막으로 생성 버튼을 누른 간편함이 아니라, 그 뒤에 입증할 수 있는 인간의 독창적인 창작적 기여와 투명한 이용허락의 경로가 어디까지 정밀하게 확보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음악산업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핵심 질문 역시 “우리가 AI 기술을 활용했는가”라는 단순한 도구적 채택 여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누구의 창작과 목소리를, 어떤 정당한 권리적 허락 아래 음악으로 전환했는가”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다.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지 못한 음원은 오늘 당장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라가 대중의 귀에 도달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레이블이 오랜 시간 온전히 소유하고 관리할 영속적인 ‘카탈로그 자산’이 될 수는 없다.
기술의 속도가 권리의 정비보다 빠르게 질주하는 이 전환의 시대, 창작과 이용의 투명한 경계를 세우는 일만이 AI 시대 음악 카탈로그의 진정한 가치를 수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박태용 서경대학교 문화예술학과 교수
▶저자소개=일본 메이저 음악기업 포니캐년(Pony Canyon) 한국지사 A&R 총괄 팀장과 소노르뮤직그룹 대표, 서울시립청소년음악센터 음악사업 총괄을 거치며 지난 20여 년간 음악산업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대학에서 음악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창작과 유통 환경의 변화 등을 교육·연구하며 다음 세대 음악 예술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