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유영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09/ “노래 잘 하는 게 개그 소재가 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도 행복합니다.”
유영우는 요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코미디 무대에서 ‘서드펭귄’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그가 유튜브 채널 ‘유스데스크’ 속 ‘정준힐의 야간비행’의 호스트 정준힐로 화제가 되는가 하더니, ‘나의 연수 아저씨’에서 이선민, 리센느 원이와 호흡하며 ‘원이 작은삼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제대로 ‘코미디언 유영우’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원이 작은삼촌은 언제 뜨냐’던 일각의 반응이 무섭게, 유영우는 웬만한 가수와 대적 가능한 노래 실력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화제를 모으며 ‘찐’ 대세가 됐다.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난 유영우에게 ‘노래할 때: 저게 코미디언이야? 개그할 때: 저게 코미디언이야?’ ‘메시가 농구를 하고 있네’ ‘영우 개그맨 해도 잘 하겠다’ 등 그의 노래 콘텐츠 아래 달리는 댓글을 읽어주자 그는 “이 모든 게 저에게 오는 관심 아닌가. 예전에는 남들에게 ‘나 좀 놀려줘’라며 관심을 꿈꾸며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있고 귀엽게 놀리며 좋은 면을 얘기해주시니까 긁히기는커녕,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또 뒤이어 ‘요즘 발라드판 유영우가 다 살렸다’는 대중의 반응을 전하자 “코미디언으로서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를 했는데, 이런 무거운 호칭을 주셔서 감개무량하다”며 “가수분들도 호의적으로 봐주시고 ‘야간비행’을 즐겨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신경 쓰지 않고 노래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노래 개그에 ‘캐릭터’를 입혀 해당 분야를 종결한 현재 그의 활약상을 보면 학창시절 ‘노래방의 왕’이었을 것 같지만, 유영우가 밝힌 과거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어릴 땐 되게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웃기고 싶었지만 막상 앞에서 뭘 하는 걸 자신 없어 하는 사람이었고, 노래방도 두세명끼리만 가서 뽐내거나 하진 않았어요. 지금도 옛날 친구들이 ‘너 왜 노래 잘해? 이렇게 노래 잘 했었어?’하며 연락이 와요.” 심지어 그는 “부모님도 내가 노래를 이렇게 부르는지 모르셨다. 한 번은 가족 결혼식에서 축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너 왜 개그해?’이런 표정으로 살짝 당황하며 어이없어 하신 적도 있다”고 너스레 떨었다.
노래 실력을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인정받은 첫 계기는 군 전역 후 도전한 어린이뮤지컬 무대에서였다. “어릴 때 피아노를 왜 친 덕분에 군악대에 가게 됐는데, 군악대에서 성악병에게 내 노래가 어떤지 물어봤는데 ‘이 정도면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제대 후에 어린이뮤지컬에 도전했어요. 그런데 그 때 유독 학부모님들이 공연 끝난 뒤 ‘늑대님 노래 너무 잘 하시네요’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노래에 소질이 있구나 하고 처음 생각했었죠.”
코미디언 유영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09/ 돌이켜보면 그날의 그 호응이 ‘노래하는 코미디언’ 유영우의 출발선이 된 셈이다. 진지와 코믹을 넘나드는 노래로 대중을 홀리고, 가수들마저 긴장시키는 그에게 ‘야간비행’을 하며 느끼는 다양한 지점에 대해 물었다. 유영우는 “막상 가수분이 옆에 앉으시면 너무 긴장된다. 그래도 한 번 열심히 해서, 옆에 비비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노래하곤 한다”며 “내가 너무 노래를 못해버리면 콘텐츠의 묘미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로 승부하는 듯 하지만, 역시 코미디언은 코미디언이다. 가수들과 1:1 가창에 나설 때, 유영우는 가수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게끔 뒤에서 재치있고 현란한 애드리브를 선보인다. 대부분 유영우의 ‘드립’에 빵 터지지만, 때로는 독하게 자신의 노래에만 집중하는 가수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유영우의 ‘드립력’이 마치 필살기처럼 치솟는다. 이에 유영우는 “가수들이 웃음을 참아내시면 계속 뒤통수 보고 ‘웃어, 웃어’ 생각하면서, 웃을 때까지 계속 한다. 마지막에 결국 웃음이 터질 때면 뿌듯하다”고 너스레 떨었다.
‘정준힐의 야간비행’을 하면서 더 가수들을 리스펙트 하게 됐다고도 했다. “사실 저희 촬영장이 인이어도 없고, 마이크로 한 번 부르며 촬영하고 끝이라 출연 가수들께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라며 항상 사과하는데, 그럼에도 역시 가수구나 하는 걸 느끼게 돼요. 바로 옆에서 라이브를 듣고 있으면, 진짜 말이 안 될 정도로 경이로워요. 다들 엄청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HYNN(박혜원) 님이세요. 고음이 옆에 막 꽂히고 마이크를 이기는데, 진짜 대박이라는 얘기를 나눈 기억이 있어요.”
유영우에게 ‘허-어어’(정준힐 보컬의 트레이드 마크로 정준일의 가창 포인트를 묘사한 파트)의 의미를 묻자 “나의 또 하나의 무기”라고 웃으며 답했다. 내친김에 알고리즘의 소개로 조금은 늦게 접한, KBS2 ‘개그콘서트’ 내 코너 ‘멜로가 필요해’ 출연 당시 밀었던 ‘해주자’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묻자 유영우는 “진짜 저에게 의미 있는 단어인데, 뭐라 정의하기 어렵다. 코미디언으로서 처음으로 선 지상파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던 대사이기 때문에, ‘허어어’와 함께 지울 수 없는 톱2 같은 느낌”이라며 “저를 데뷔시켜 준 (곽)범 선배, (이)창호 형이 준, 감사한, 나의 코미디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없는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뭉클해했다.
코미디언 유영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09/ ‘서드펭귄’이라는 별명에 대한 진솔한 마음도 덧붙였다. “저를 가수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하시지만, 서드펭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형 덕분에 힐링해요. 형이 내 삶의 낙이야’ 이런 말씀을 해주곤 하세요. 제가 코미디언을 꿈꿨을 때 생각했던 게 그거였죠. 진짜 코미디로 웃겨야지 라는 마음은 디폴트고, 나라는 사람을 보고 누군가가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이뤄진 게)너무 기뻐요. 제 삶의 낙은 (이)선민이 형인데, 저도 누군가의 삶의 낙이 됐다는 게, 그 호칭을 누군가가 써주시는 게 너무 감사할 뿐이죠.”
작금의 유영우의 활약을 두고 MBC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는 ‘숏폼 시대에 딱 맞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시대를 마주하기까지는 TV 예능에서 공개코미디가 폐지되며 갑자기 설 자리를 잃는 등 쉽지 않은 나날을 지나왔다. 이는 여느 코미디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얘기.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서던 이들에게 무대 그리고 카메라가 사라졌지만, 유튜브라는 콘텐츠의 바다로 뛰어든 이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모든 장소를 무대로 삼아 다시 ‘웃기기’를 시작했고, 결국 방송가 트렌드의 흐름을 선도하는 ‘대세’가 됐다. 유영우 역시 ‘라디오스타’에 이어 19일 방송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처음으로 지상파 TV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같은 변화 속의 자신에 대해 돌아봐 달라 하자 유영우는 “사실 저는 그렇게 빨리 잘 된 것 같진 않다”면서도 “속도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작년엔 39만 구독자에서 정체된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었어요. 그 정체돼 있다는 것만 보면 저는 잘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또 지난 한 달 사이에만 10만 명이 늘었죠. 그 단면만 보면 구독자 상승 속도를 생각하게 되지만, 저는 빠르게 느리게보다는 매 순간 무언가를 하면 된다는 주의자에요. 많은 고민과 도전 끝에 감사하게도 자리 잡았으니 누군가는 ‘잘 되고 있다’고 해주시지만, 이게 또 언제 될지 모르는 일이라 지금도 긴장 상태로 내년에 뭐 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어릴 때 쳤던 피아노를 통해 자연스럽게 화성을 익히고, 군악대에서 트롬본 주자로서 주 멜로디보다는 화음 파트를 담당하며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체화해 온 지난 날들이 모여, 지금의 유영우가 존재하게 된 셈이다. 그는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되더라.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것들이 지금 잘 뭉쳐져서 좋은 기운이 형성된 것 같다”며 “20대 중반, 친구들이 좋은 곳에 취직하거나 잘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지금 고생하는 걸 열심히 참고 계속 해나가다 보면 나중에 더 길게, 오래 빛날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다잡았는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 생각이 맞았던 거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유영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09/ “20대 초중반일 땐 가족들도 걱정이 정말 많으셨어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코미디는)취미로 해보는 건 어때?’라는 말도 농담처럼 하시면서도, 제가 하는 공연이나 영상을 보시면 ‘그래, 너 이거 해도 되겠다’고 말씀해주셨죠. 제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지만 현실적 힘든 일이니까, 걱정하셨던 거였어요. 솔직히 저도 당시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빨리 증명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응원을 받아야 하는데 제가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확신 뿐이니까. 무한 혼잡 회로에 갇힌 느낌이었다 할까요. 그러다 ‘개콘’에 나갔을 땐, 제가 나온 ‘개콘’만 그렇게 계속 보시는 거예요.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을 한 번씩 볼 때마다, 그게 저에겐 기폭제가 됐어요. ”
유영우를 보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과, 그런 그들을 걱정하는 그의 가족들에게도 진심을 덧붙였다. “‘영우형 보면서 힘이 난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주시는 글을 많이 봤고, 연락도 진짜 많이 받고 있어는데요, 제가 그분들의 부모님께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한한 응원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결과론적으로 이 서사가 성공해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전 자체가 성공이고, 아름다운 것이죠. 금전적인 성공보다는, 이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을 칭찬해주면 좋겠어요. 그 칭찬의 힘이 어마무시하거든요. 결국 사람의 성공까지 이어지게 되죠.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가족의 걱정 또한 진짜 사랑이라는 걸 아시고, 부모님들도 무한한 칭찬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인터뷰 말미, 향후 코미디언 유영우의 방향성에 대해 묻자 그는 ‘노래 잘 하는 개그맨’이라는 현재의 길을 버릴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아예 스펙트럼을 넓게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른 분들은 웃김의 파워가 센데 노래까지 잘 하시는데, 저는 웃김의 농도는 낮은데 노래를 월등히 잘 한다는 캐릭터가 생긴 만큼, 이제는 인정하고 더 해버리려고 해요. 너무 노래만 해도 되나 싶어서 영준이형(소속사 메타코미디 대표)에게 물어봤는데 ‘대중이 너를 좋아해주시는 이유가 있다면 그걸 더 해줄 필요가 있다’며 ‘사랑받을 수 있는 걸 해야지’라고 해주셨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노래하며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코미디언 유영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