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종목, 무명 선수가 특별한 서사를 썼다. 테크볼 선구자로 우뚝 선 이준석(27) 얘기다. 테크볼 이준석 '적수가 없다'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이준석이 이라크 알리 자릴 메제르 알엘라야위에게 1세트를 이긴 후 기뻐하고 있다. 2026.9.20 image@yna.co.kr/2026-09-20 18:29:00/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낯선 종목, 무명 선수가 특별한 서사를 썼다. 테크볼 선구자로 우뚝 선 이준석(27) 얘기다.
아시안게임(AG)은 매 대회 혁신을 추구한다. 3년 전 항저우 AG에서는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게이머들을 종합 국제 스포츠 대회 무대로 올렸다. 19일 개막한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도 버추얼 태권도·빠델 등 6가지 신규 종목이 등장했다. 테크볼(Teqball)도 그 중 하나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된 이 종목은 곡선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공은 주고 받는 방식이다. '발로 하는 탁구'로 볼 수 있다.
종종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테크볼을 즐기면서 진작 주목을 받았다. 아크로바틱하면서도 박진감을 갖춰 단번에 스포츠팬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 테크볼의 남자 단식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AG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준석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일 열린 결승전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라야위(이라크)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준석은 2세트 중반부터 득점마다 격정적인 세리머니를 했다. 우승 확정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에서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윤순정 씨를 향해 "나 금메달 땄어"라고 외쳤다.
이준석은 실패한 축구 선수였다. 열 살 때 시작한 축구를 스물한 살까지 했지만 그가 밟은 가장 높은 무대는 K4리그였다. 일찌감치 선수로서 꿈을 포기한 그는 축구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고, 시민구단에서 수당을 받으며 족구 선수로 뛰기도 했다.
테크볼 이준석의 공격 (나고야=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이준석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6.9.20 image@yna.co.kr/2026-09-20 16:31:23/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금의환향' 테크볼 이준석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테크볼 이준석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9.21 jieunlee@yna.co.kr/2026-09-21 17:00:55/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테크볼은 족구를 하면서 알게된 지도자를 통해 접했다. 이준석은 "축구와 연관성이 있고 유럽에서 점차 성장하는 종목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후 이준석은 자비로 종목 종주국 헝가리로 유학을 갔다. 윤순정 씨는 없는 살림에 아들이 테크볼 테이블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낯선 비인기 종목 선수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탓에 국내 대회가 연달아 취소됐다. 결국 이준석은 대기업 계약 생산직으로 취직해 생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운동을 병행했던 이준석은 테크볼이 AG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월, 사표를 내고 자신의 모든 걸 AG에 걸었다. 정규직 계약도 포기했다고.
테크볼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아니었기에, 이준석과 동료들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훈련에 매진했다. 이준석의 목표는 명확했다. 테크볼을 알리고, 자신처럼 생업을 포기하고 뛰어든 이들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실현한 그는 그렇게 최초의 테크볼 금메달리스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