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친구의 다음을 응원했고, 패자는 친구의 처음을 축하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놓고 마주했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우규민(KT 위즈). 오랜 기다림을 끝낸 건 강민호였지만, 우규민은 자신의 아쉬움 속에서도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KS 5차전에서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다. 강민호는 프로 23년 만에 처음 우승 반지를 얻게 됐다. 반면 프로 24시즌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경험했던 우규민은 KS 우승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우규민은 삼성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다 강민호와 인사를 나눴다. 첫 우승을 이룬 친구에게 따뜻한 축하를 건넸다. 우승 후 강민호에게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묻자 “(우규민이)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며 “(나는) 내년에는 형이 (우승) 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1985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삼성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이제는 다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여전했다.
4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연장 12회초 1사 1,2루 삼성 이재현 땅볼 때 kt 2루수 송구 실책으로 이재현이 1루에서 세이프되자 kt 우규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8일 한국시리즈 우승 후 만난 삼성 강민호. 대구=윤승재 기자
전날 4차전에서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나왔다. 우규민은 옆구리 부상을 안고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괜찮아?”라며 몸 상태부터 살폈다.
우규민은 “경쟁은 경쟁인 거고,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니까 안부를 물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그렸던 그림이었다. 민호랑 한국시리즈에서 만나서 상대한다는 게”라면서도 친구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승부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타격보다 수비에 매진하는 강민호의 모습을 두고는 “상대 팀이지만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우규민에게도 우승은 간절했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뒤 삼성과 KT를 거치며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2021년에는 삼성 소속으로 KT와의 1위 결정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배를 지켜봤다. 올해는 KT에서 정상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픈 몸으로 뛰는 강민호를 걱정했던 우규민은 승패가 갈린 뒤에도 진심을 전했다. 먼저 꿈을 이룬 강민호 역시 친구의 기다림이 끝나기를 바랐다. 오랜 시간을 함께 버틴 두 베테랑의 가을은 그렇게 서로를 향한 응원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