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6)의 바람은 간절하다. 낯선 불펜 마운드에서 끝내기 패배 위기를 막아낸 그는 이제 다시 선발 등판을 준비한다. 뒷문을 지키느라 선발로 나설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지만, 팀이 필요로 한다면 다시 힘을 내야 한다. 원태인은 “누군가 어떤 힘을 줬으면 좋겠다”며 우승을 향한 절실함을 드러냈다.
원태인은 지난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 구원 등판해 삼성의 연장 12회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적지에서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맞추고 대구로 향했다. 정상까지 남은 승리는 세 번. 원태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겠다는 각오다.
올가을 원태인은 부상으로 이탈한 마무리 김재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익숙했던 선발과는 준비 과정도 마운드에서 느끼는 부담도 다르다. 원태인은 “끝내기 상황에 등판한 경험이 거의 없어 상당히 힘들었다”며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 있는데 투아웃도 아니고 원아웃 상황에 올라가서 막아야 한다는 압박이 크더라”고 털어놨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2차전에서도 고비를 맞았다. 9회 말 위기를 넘겼지만, 2-1로 앞선 연장 10회 말 안타와 수비 실책이 겹쳐 1사 만루에 몰렸다. 결국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경기 직후 만난 원태인은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정규시즌에도 운이 많이 없었는데 가을야구에서까지 이러나 싶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막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만루 위기를 내 힘으로 막고 싶었는데 밀어내기를 허용해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역전을 막았다. 그는 “동점 이후에도 나를 믿고 맡긴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역전만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김재윤도 동점 허용을 아쉬워하는 원태인에게 역전을 막은 것만으로도 잘했다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팀원들이 잘 막아주고 점수를 내준 덕분에 이겼다"며 웃었다.
이제는 선발 에이스의 몫을 해내야 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의 몸 상태를 확인해 4차전 또는 5차전에 선발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태인은 “계속 불펜 대기였기 때문에 이후 선발 등판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준비를 해서 경기를 나가야 한다”며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효하는 원태인. 삼성 제공
원태인이 떠올리는 이름은 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선발 등판 다음 날에도 구원으로 나서 우승에 힘을 보탠 그의 사진을 KS 개막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팀의 우승을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는 마음이었다.
원태인은 “몸은 힘들지만 KS 자체가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무대고, 지금 맡고 있는 역할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야마모토 선수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다. 저 역시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다면 저희 팀도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취재진과 대화하던 원태인 곁으로 박진만 감독이 지나가며 물었다. “태인아, 몇 차전 나갈래.” 지친 에이스의 답은 짧고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