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랑(66) 현대캐피탈 감독은 백전노장이다. 올해 지도자 경력 37년 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프랑스·폴란드·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국제 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겼고, V리그 입성 첫 시즌(2024~25)부터 현대캐피탈의 트래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그 명성을 증명했다.
AI(인공지능)는 블랑 감독의 배구를 "리시브·수비 기반의 배구를 뼈대로 하되, 상대와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을 유연하게 바꾸는 실용주의를 추구한다"라고 정의했다.
V리그 개막 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현대캐피탈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블랑 감독에게 이 답변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그는 "AI가 활용하기 편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것 같진 않다"라고 웃었다. 이어 "수비 배구를 강조한 건 프랑스·일본 대표팀을 이끌 때였다. 현대캐피탈에서는 블로킹·서브가 강한 팀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팀의 강점과 선수 개별 기량에 맞춰 추구하는 배구가 달라진다는 의미였다.
블랑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팀워크다. 그는 "배구는 코트 위 모든 선수가 합을 맞춰서 공을 띄우고 상대 코트로 보내야 하는 스포츠다. 전술적 운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게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블랑 감독은 선수마다 다른 장단점과 개성을 잘 파악하고,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부임 뒤 첫 훈련부터 직접 공을 때리며 선수들과 호흡했고, 영상 자료를 분석하는 개별 면담도 자주 진행했다. 팀 에이스 허수봉은 "감독님과 함께 내가 한 리시브 하나하나 다 본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세터 황승빈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감탄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블랑 감독은 "상위권 전력을 계속 유지하는 게 내가 이 팀에 온 이유다. 올 시즌도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모든 감독이 좋은 성적을 목표로 삼는다.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 원팀(One-team)의 범위를 더 넓히려 한다. 선수단·프런트뿐 아니라 팬도 포함된다. 블랑 감독은 "현대캐피탈 팬이 V리그에서 넘버원이다. 그들이 만들어주는 뜨거운 분위기가 큰 힘이 된다"라면서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팬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제 팬들도 원 팀이다. 올 시즌 좋은 퀄리티의 경기력을 유지해 팬들이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이끌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