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부터 상어, 심지어 비둘기까지. KT 위즈가 난데없는 '동물 토테미즘'에 빠졌다. 무슨 사연일까.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롯데 자이언츠랑 3경기 남았는데 '부캉이' 빨리 (바다로) 돌려보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캉이'는 최근 부산 북항에 출몰한 상어의 애칭이다. 지난 18일 부산 북항친수공원에 나타난 이 상어는 열흘가량 외해로 빠져나가지 않고 수로에 머물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방문객 집계를 시작한 19일부터 26일까지 약 40만 명의 인파가 상어를 보기 위해 북항을 찾았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 지난 18일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상어는 친수공원 수로를 맴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상어 출몰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자까지 보냈지만 주말을 맞아 상어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북항 친수공원은 북새통을 이뤘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부산 연고 팀 롯데는 '부캉이' 등장 이후 가파른 연승 가도를 달렸다. 18일 사직 NC 다이노스전(9-6 승)을 시작으로 6경기를 내리 쓸어 담았다. 롯데 팬들 사이에서 '부캉이'는 승리를 부르는 영물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비록 추석 연휴 마지막날 한화 이글스에 2-6으로 패하면서 '부캉이의 가호'가 끊겼지만, 상승세는 대단했다.
야구팬들의 여론과 유행에 밝은 이강철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이 감독은 "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봄 늑대에 이어 이번엔 상어가 등장했더라"며 웃어 보였다. 이 감독이 언급한 '늑대'는 지난 4월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다가 포획된 '늑구'다. 당시 늑구가 동물원을 탈출해 있던 열흘간 연고 팀 한화는 공교롭게도 6연패 수렁에 빠졌으나, 늑구가 무사히 생포된 직후 거짓말처럼 연패를 끊고 2연승을 달렸다.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13일 오후 10시 43분께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이 감독은 "롯데와 3경기가 남아 있는데, 그 전에 빨리 부캉이를 내보냈으면 좋겠다"라며 껄껄 웃었다. KT는 오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수원에서 롯데와 맞대결을 치른다. KT는 올 시즌 롯데전 8승 5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티끌만 한 변수라도 지워내고 싶은 속내다.
동물 징크스라면 이강철 감독도 할 말이 많다. 이 감독은 "우리는 비둘기가 오면 안 된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KT는 지난 5일과 6일 광주 원정에서 불청객 비둘기를 만났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 내내 그라운드 마운드 인근에 비둘기가 터를 잡고 앉아 경기 진행을 방해한 것이다. 하필 KT는 4일 경기를 포함해 광주 KIA 3연전을 내리 내줬다.
지난 6일 광주 KIA-KT전에 나타난 비둘기. KIA 제공
이 감독은 "마법사(KT 위즈)가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을 많이 하지 않나. 비둘기를 너무 자주 꺼내 써서 비둘기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라며 "마법사와 비둘기는 상극인가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더그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KT는 롯데와의 3연전 직전인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광주에서 KIA와 다시 맞붙는다. 올 시즌 KT는 KIA에 7승 6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5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노리는 KT로선 그라운드의 비둘기도, 바다 속 상어도 모두 경계 대상 1호다.